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5.

in #steemzzang1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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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용이는 거의 매일같이 까대기에 들어박혀 가마니를 짜고 짚세기를 삼고 연장 손질을 하며 날을 보내었다. 그는 골똘히 일 속에 정신을 파묻었다.

용이는 마을 친구들로부터 떠났을 뿐만 아니라 강청댁에게는 더 멀리 떠난 사람이었다.

사금파리 가루에 송진을 먹여서 철사같이 질긴 연줄이 풀려나가는 소리, 바람 소리, 물살이 이는 소리, 아들이들의 눈은 흰 연을 따라 떠날 줄 모른다.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22장, 백의인(白衣人)들의 인식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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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와, @jjy님!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 정말 멋집니다! 사진 속 "토지"의 모습만 봐도 그 무게감과 아우라가 느껴지네요.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 정말 공감됩니다. 선생님의 문장 하나하나가 삶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어 읽는 내내 깊은 울림을 주죠. 특히 인용해주신 구절들, 용이의 고독과 연을 따라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합니다.

이번 zzan문학상 공모전 참여하셔서 "토지"를 읽으며 얻은 영감을 멋진 글로 풀어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도 "토지" 다시 한번 정독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