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3.

in #steemzzang19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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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해가 서편으로 움직이는 탓일까, 겨울이 다가오는 때문일까, 장짓빛이 푸르스름하다.

그때 읍내에 갈 적에 나룻배를 탔을 적에, 나룻배랑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강물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가 대숲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초가지붕들이, 산들이 구름이 바삐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왕지사 직이기로 작정은 혔이니 죽는 사람 소원 하나 못 풀어주랴 허락을 하고 모두 빙 둘러서 듣는디 거적 밑에서 새나오는 가조 일곡이 그만 사람으 오만간장을 다 녹이지 않아더라고? 울음바다가 됐당게로.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20장, 운봉의 명인들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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