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가을이 익어갈 즈음
봄볕과 천둥을 견뎌낸 우리들에게도
잠시 들러가는 햇발에 알곡을 채우는 벼이삭처럼
바람에게 웃어주며 달콤한 향을 얻어내는 사과처럼
따뜻한 눈길이 되고
아늑한 둥지가 되게 하소서
오로지
허락하신 좁은 길을 걷게 하시어
발자국 드문 해변
파도에 씻기운 조약돌처럼
고요히 당신을 우러르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텍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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