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9.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바람따라 연기는 방향을 옮기곤 한다. 누더기를 주렁주렁 걸친 또출네가 나막신을 끌며 논둑길을 지나간다.
서리맞은 감도 이제는 다 다내고 나뭇잎 하나 남은 것이 없는 감나무에 반가운 손님이 오겠다는 건지 까치가 와서 깍깍거리다 날아간다.
마치 송진엿을 고아서 바른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진 머리를 풀어헤치고 밑을 내려다 보며 웃는 얼굴은 함정에 빠진 먹으를 내려다보는 마귀의 얼굴 같았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2장, 늙은 보수파와 개화파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