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실눈을 뜨고 웃던 얼굴이, 수백 서천의 얼굴이 암자 가득히 들어차 우관을 향해 괴물체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흡사 지옥도를 보는 느낌이다.
숲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 바위틈을 굴러 흐르는 산물 소리, 정적을 실어다 뿌리는 것 같은 독경 소리, 승려들의 발소리, 기척소리, 그 모든 소리까 우관은 최치수와 자기 사이를 가로막는 안개 같은 장막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주모의 상글한 눈매가 웃음을 머금었다. 여자 몸에서 소나기가 지나간 뒤 풀내음과도 같은 내음이 풍겨왔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5장, 무명번뇌(無明煩惱)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의 "토지" 감상, 정말 깊이가 느껴집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대하소설이 가진 웅장함과 삶의 애환을 씨줄 날줄에 비유하신 표현이 너무 와닿네요. 특히 인용해주신 구절들을 보니, 토지가 왜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불리는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네요!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 정말 공감됩니다. 저도 다시 한번 토지를 정독하며 @jjy 님처럼 보석 같은 문장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스팀잇에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zzan문학상 공모전 참여도 응원하며, 앞으로도 멋진 글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