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2.

in #steemzzang11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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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살찐 암소가 지천이며 영근 알곡은 섬진강의 흰 모래만큼 무진하고 나귀 등이 휠 만큼 실어나른 피륙의 더미, 황금의 무지개가 황홀하게 이켠을 향해 손짓하며 가슴 떨리게 꿈을 펼쳐보인다. 모든 것은 다리 건너 그곳에만 있다. 넘쳐 흐르게 쌓여 있다.

세상의 앞면과 뒷면을 다 보고 다니는 각설이떼들은 으레 말 잘하고 익살스러우며 능글맞고 억척스러워, 다투는 만큼 시간이 축갈뿐이다. 결국 주모는 술과 밥을 내어주기 마련이다. 장날은 거비 병신들에게도 평일보다는 바쁘고 설레이지는 모양이다.

봉기는 떡시루 옆에 붙어앉아서 이마빡에 세 가닥 주름을 만들어가며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눈을 치뜨고 살펴가며 김이 나는 시루떡을 미뚝미뚝 베어먹고 있었다. 먹는다는 것, 그는 먹는 재미에 세상을 살아가듯 무척 행복해 보였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1장, 황금의 무지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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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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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what a beautifully written reflection on Park Kyung-ri's "Toji"! Your post truly captures the epic scope and emotional depth of the novel. The way you describe the characters' struggles against fate and the ephemeral nature of power is incredibly evocative.

I especially appreciate you sharing those luminous passages. "살찐 암소가 지천이며 영근 알곡은 섬진강의 흰 모래만큼 무진하고..." (The fat cows are everywhere, and the ripe grains are as endless as the white sand of the Seomjin River...) is simply breathtaking. It perfectly encapsulates the richness and hardship woven into the lives of the characters.

The idea of reading "Toji" three times to unlock life's potential is fascinating! Your post has inspired me to revisit this literary masterpiece. Thank you for sharing your insightful perspective and these literary gems. I am sure it will make everyone want to pick up this great 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