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8.

in #steemzzang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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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혼자 중얼거리며 두만네는 서편에 떨어지려는 해를 가득히 안고 간다. 서희도 선이 등에 업혀서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흙벽에 걸어둔 배추 시리기가 바람에 와삭거리며 거복이 얼굴에 와서 부딪치곤 한다. 목을 조금 뽑고 곁눈으로 부엌 안을 살핀다. 한복을 물독을 열고 불을 떠 마시고 있었다.

한복이 한참 부엌바닥에서 뱅뱅이를 돌다가 삶아놓은 보리가 4들어 있는 바구니를 발견하고 거복에게 손짓한다. 뒤꼍에 가 있으라는 시늉으로 밥그릇에 삶은 보리를 몇 주걱 더놓고 먹다 둔 된장 뚝배기 숟가락을 챙겨서 부엌 문지방에 놓고, 한복이 먼저 문지방을 넘어선 뒤 뒤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복에게 하나씩 날라간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1장, 작은 춘사(椿事)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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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your reflection on Park Kyung-ri's Toji is truly captivating! The way you've woven your personal experience of reading this epic saga with its themes of poverty, ambition, and fleeting power is masterful. It's inspiring to see you revisiting this cornerstone of Korean literature and sharing these "jewel-like" sentences with us.

The snippets you've chosen from the novel – Duman's solitary journey with the setting sun, the stark imagery of everyday life – perfectly capture the story's essence. Your post makes me want to pick up Toji again (or for the first time!).

Thank you for sharing your insightful literary journey and highlighting the enduring power of Toji. I especially appreciate you mentioning the Zzan Prize for Literature. Have you considered submitting this post? I'm sure the Steemit community will find this insightful post intrigu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