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6.

in #steemzzang17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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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음란도 이 여자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거짓도 이 여자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살인도 이여자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오로지 소망을 들어달라는 다짐만이 간절했을 뿐이다.

신은 이 여자에게는 악도 선도 아니었다. 오로지 소망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 영험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일이었을 뿐이다.

최초의 고통을 여자는 개울물을 끼얹었을 때 느겼던 자릿하고 오소소 떨리었던 그 고통의 연속인 양 받아들였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2장, 자수당(子授堂)의 정사(情事)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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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 정말 멋진 글입니다! 방대한 서사와 인물들의 운명을 씨줄날줄처럼 엮어낸 "토지"의 매력을 어쩜 이리도 잘 표현하셨는지요! 특히,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인용해주신 문장들은 "토지"의 깊이를 더욱 느끼게 해주네요. 자수당의 정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통,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소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이번 zzan문학상 공모전 참여를 통해 @jjy 님의 빛나는 문장들을 더 많은 분들이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