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60.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환이는 석벽에 떨어진 한 알의 솔씨, 석벽에서 애처롭게 자란 한 그루 소나무 같은 소년이었다. 나서 자라면서 철따라 달라지는 숲의 울림, 먼 곳에서의 짐승 발자국, 날짐승의 나래짓, 온갖 초목과 산꽃들이 내어뿜은 향기, 허공에서 손짓하는 무지개 같은 그런 정을 좇아 땀을 흘리고 잠이 들고 꿈을 꾸었다.
은신의 교묘함, 추적의 냄새를 산짐승과 마찬가지로 맡을 수 있었다.
강포수는 눈앞에 캄캄해온다고 생각했다. 캄캄해오는데 담짐히고 또 다짐을 하던 귀녀의 말이 비로소 칼끝같이 그의 심장에 와서 닿았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3장, 살려주십시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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