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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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함안댁은 쾡하니 뚫린 눈을 움직이지 않고 우물가에서 있었던 일을 대강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도마 위의 개기가 칼 무서바할까! 누가 죽는고 보자! 목심 걸어 놓고 해볼 긴께! 막딸네는 길길이 뛰며 살풀이하는 무당 같이 날뛰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이 바싹 모여들고 얄팍한 눈까풀 밑의 작은 눈이 이글이글 탄다. 임이네하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무정한 용이 태도는 모두 임이네 탓이기나 하듯 강청댁은 미움의 마을을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8장, 행패 중에서-

제46회이달의작가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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