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여윈 나뭇잎에 벌레가 모여들 듯 털어봐야 얼마 될 성싶지 않은 동가리 논에 참새데들이 모여 마음놓고 포식이다.
해는 어느덧 서편에서 까뭇거리고 있었다. 추우를 타는 듯 오종종하니 짚단에 모여 앉았던 참새들도 잠자리를 마련하려고 강가 대숲을 향해 날아간다.
팔월 한가위를 바로 앞둔 밤은 밝았다. 방문에 감나무 잎의 그림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여자의 손짓 같았고 여자의 치맛자락 같았고 여자의 머리카락 같았다.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9장, 배추밭 풍경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what a beautifully evocative post! Your reflections on Park Kyung-ri's "Toji" are captivating. I love how you've woven your personal experience of reading this epic novel with its themes of resilience, loss, and the ephemeral nature of power.
The passages you've highlighted are exquisite. The image of the sparrows feasting on the meager rice field and the dancing shadows of the persimmon leaves truly bring the scenes to life. It's inspiring to see you revisiting this literary masterpiece and sharing its gems with us.
Also, thank you for sharing information about 제3회 zzan문학상공모. I am looking forward to reading more of your insights and literary discoveries! Keep writing and sharing these wonderful pie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