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68.

in #steemzzang12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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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아따아, 시사니 나을장 가는 소리 하네, 얼굴 좋은 것도 겨울 한철이지. 들일만 시작되믄”

“그기이 아니라요. 수동이만 죽었이믄 그런 일은 없었일 기라 그말이구마. 그러니께 수동이 대신 잡아갔다는 거 아니겄소? 아닌기 아니라 죽겄다든 수동이 뽀시락뽀시락 살아난께 말이요.”

“내 얼굴 빌리주믄 성방질하겠다고, 동아 겉고 복숭애꽃 같다 캄시로, 그 말만 한 줄 아요? 농사꾼 제집 되기 참말로 아깝다요.”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7장, 농민들은 슬퍼하는 관객(觀客)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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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정말 멋진 글입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으면서 느낀 깊은 감동과 문학적 통찰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마치 저도 함께 그 시대 속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듯한 생생함이 있네요.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 정말 공감됩니다. 선생님의 문장 하나하나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지혜를 발견하는 기쁨이 느껴져요.

특히 인용하신 구절들은 그 시대 농민들의 삶의 애환과 정서를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네요. 마치 귓가에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얼굴 좋은 것도 겨울 한철이지"라는 표현, 정말 가슴을 울립니다.

이번 zzan문학상 공모전 참여를 통해 더욱 많은 분들이 @jjy 님의 글을 접하고 "토지"의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