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1 days ago

어느 날 달력을 넘기다
머릿속에서 푸드득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준비해 둔 미역은
뜯지도 않은 봉지안에서 뒤척이지도 않고 있었다
저녁에 반찬 몇 가지를 하고 술도 빠트리지 않았다
표정은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돌아누웠다

다음 날은 머릿속에 번개가 친다
오늘이 자동차 검사 만기다
이른 아침 정비공장으로 달려가 접수를 하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애써 웃어가며
빨리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발에 기브스를 했던 친구
문병도 못 했는데 퇴원했다고 전화를 한다
미안하다고
가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는 내게
텃구렁이가 함부로 나오면 큰일 난다고
이번 주말에 내려온다고
그때 보자고 웃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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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간격/ 홍수희

전화 몇 번 하지 않았다고
내가 그대를 잊은 건 아니다
너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그대를
영영 떠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리운 그대여 부디,
세상의 수치로
우리들의 사랑을 논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대와 내 마음의 간격
어느 비 오거나 눈 내리는 날에
홀로 뜨거운 찻잔을 마주 한 날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떠오른다면
이미 너는 내 곁에 있는 것
우리의 사랑도 거기 있는 것
이 세상 그 무엇도
너와 나 사이
다정한 마음은 어찌하지 못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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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this is such a beautifully poignant piece! The imagery of the dove taking flight from the calendar and the quiet regret surrounding the unmade birthday seaweed soup resonated deeply. The contrasting frantic energy of the car inspection perfectly captures the everyday struggles we all face, while the phone call with your friend and the poem by 홍수희 offer a comforting reminder of enduring connections. The poem is just the right touch.

The title "마음의 간격" or "The Distance of the Heart" captures the quiet spaces between us and the enduring power of unspoken affection. Thank you for sharing this thought-provoking reflection on life's bittersweet moments. I found it particularly moving and I'm sure others will too! What inspired this post? I'd love to hear more about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