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4.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참말이제 빼를 깎고 피를 쏟고 났이야, 어떤 명창은 절 기둥을 안고 돌믄서 소리를 지르느디 제 목소리 터지는 거를 천둥이 떨어진 줄 알고 까물어쳤이야, 예삿일이 아니랑게로.
언덕 아래 강물은 초겨울 햇빛을 받고 희미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구름 없는 하늘은 한없이 높이높이 보였다. 타작마당에 조무래기들이 놀고 말과 사람을 실은 나룻배는 강심을 행해 나아가고 있었다.
어느덧 엷은 햇빛은 꼬리를 감추고 서편에는 놀이 타고 있었다. 나무꾼들이 지껄이며 골짜기에서 내려온다.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20장, 운봉의 명인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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