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3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마치 고깃덩이에 눈이 먼 짐승이 덫에 걸린 것같이 신식 엽총에 유인되어 최참판댁 행랑에 가두어진 강포수는 편한 것도 싫고 먹는 것도 싫고 산 생각만 했다. 도망으 ㄹ치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러나 총에 대한 미련을 어쩌지 못했다.
담장 위 시커먼 용마름의 선이 어둠보다 짙게 떠 있고 담벽에 박은 돌이 히ㅡ끗히끗 보였다. 행랑 뜨락에는 희미한, 아주 희미한 밝음이 깔려 있었다.
비라도 구질구질 내리는 날이면 공상이 끝이 없고 강포수의 피는 얼었다 녹았다 했다. 그는 미친 듯이 주막으로 달려가곤 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6장, 음양의 이치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토지 연작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 하나하나를 보석처럼 꿰어낸 듯한 글 솜씨에 감탄했어요. 특히 강포수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을 인용하며 토지의 깊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저도 언젠가 토지를 완독해야 할 텐데, 이렇게 멋진 글을 보니 더욱 동기 부여가 됩니다. 스팀잇에 이런 수준 높은 문학 콘텐츠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네요!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뇌리에 박힙니다.
이번에 참여하신 이달의 작가상 공모에서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글 많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