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7.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귀녀로 인하여 미망(迷妄)에 빠져 헤어날 것 같지 않았던 그가 마치 건드리면 흩어지는 수은(水銀)이 다음 순간 다시 모여들고 본시대로 한 덩어리가 되고 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지러운 사념은 사냥군의 목적의식에 집중되었으며 감미롭고 쓰라린 귀녀의 환상은 어느덧 무산되고 말았다.
수동이는 두 무릎을 모으고 앉은 채 졸음이 오는 것을 떠밀어내려고 애를 쓴다.
늙은 종의 얘기로는 총소리가 나고도 대숲에서 아무 소리가 없기에 엉금엉금 기다시피하여 가보았더니 포수는 허공을 향해 노 젓는 시늉으로 총대를 들고 허위적기러기 있더라는 것이다. 저만큼 덕채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고.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6장, 목기막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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