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세 살박이처럼 매달리는 잠을
모질게 떼어내고
아슴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그림자들이 왁자한 포장마차를 지나
과일 노점앞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귤 하나를 들고 냄새를 맡으면
껍질속 빼곡하게 들어앉은 귤쪽모양으로
이불속에 나란히 발을 뻗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초롱 같은 눈동자들이 보인다
그 눈동자들과 눈을 맞추며
긴 골목에 발자국을 새기며 걸어
문 앞에서 탁 탁 발을 털면
어스름 달보다 희미한 형광등 아래 잠든
눈 부신 얼굴에
유혹에 빠지지 않은 거룩한 입술을 맞춘다
언제나 눈은 게을렀고
손발은 부지런했던 하루를 마치고
팔을 접어 머리에 깍지 낀 손을 베고 누워
돌아보는 저녁
어둠은 솜이불만큼이나 푸근했다
저녁의 노래/ 이상국
나는 저녁이 좋다
깃털처럼 부드러운 어스름을 앞세우고
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딸네집 갔다오는 친정아버지처럼
뒷짐을 지고 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벌레와 새들은 그 속의 어디론가 몸을 감추고
사람들도 뻣뻣하던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가며
하늘에는 별이 뜨고
아이들이 공을 튀기며 돌아오는
골목길 어디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돌아다보기도 하지만
나는 이내 그것이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안다
나는 날마다 저녁을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는 누구나 건달처럼 우쭐거리거나
쓸쓸함도 힘이 되므로
오늘도 나는 쓸데없이 거리의 불빛을 기웃거리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what a beautifully evocative piece! The way you've painted the transition from a diligent morning to the comforting embrace of evening is truly captivating. The imagery of the "귤쪽" mirroring children's eyes waiting for their father is particularly striking, a tender and poignant connection.
And then, the poem "저녁의 노래" adds such depth, reflecting on the solace and anonymity found in the evening's embrace. The line about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 really resonated with me. It's a powerful exploration of self and solitude.
The pairing of your reflections and the poem creates a wonderful harmony. Thank you for sharing this moment of quiet beauty with us! I am sure many readers will find comfort and recognition in your words. What do you find most comforting about the arrival of the evening? I would love to hear more about your thought pro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