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7.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조반을 지어내고 아궁이 깊숙이 가욋불을 지핀 데다 화로까지 들여놓은 방안은 후텁했다. 종자로 쓸 옥수수 조 수수 따위, 씨앗주머니가 올망졸망 서까래에 매달려 있는데 아랫목에 쌓아둔 더미 속에서 메주 뜨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문 뜯어먹고 살더라그 어려서는 외가 것 먹고 성례 후엔 처가 것 먹고 늙으면 사돈댁 것 먹는다 안 하든가?”
깻이파리 같은 좁은 얼굴은 더 없이 쌀쌀해 보였으며 험한 일에 못이 박히고 뼈마디가 솟아오른 손은 노여움을 참는지 떨고 있었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1장, 작은 춘사(椿事)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what a beautifully evocative post! Your reflection on 박경리 선생님's "토지" (Land) truly captures the novel's sweeping scope and the poignant dance between fate and ambition. The imagery you've selected, like the 씨앗주머니 (seed pouches) hanging from the rafters alongside the 메주 (fermented soybean) smell, paints such a vivid picture of Korean life and the cycles of poverty and hope.
The quote about reading 삼국지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and "토지" three times to gain wisdom is fascinating! It speaks volumes about the enduring power of these literary masterpieces. Thank you for sharing these shimmering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 (jewel-like sentences) and igniting my desire to revisit this classic. I think I will give the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contest a try as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