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61.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계곡마다 얼어붙은 물은 멀리서 뜨물을 쏟아놓은 듯 하얗게 보였고 눈 속에서 드러난 석벽 풍경은 묵화같이 보였다. 산속의 세 사람의 사나이는 무엇 때문에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목적을 잊고 발밑에서 들려오는 나뭇가지에 실린 눈이 날아내린다.
강포수는 목소리를 물어 끊는다. 무지무지하게 큰 산돼지가, 작은 소만한 산돼지가 강포수 시야를 밟고 들어선 것이다.
귀녀의 얼굴이, 최치수의 얼굴이, 괴물이, 집채같이 크게 뵈는 괴물이 함께 얽혀서 불덩이같이 눈앞에서 회전한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3장, 살려주십시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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