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month

하늘이 누웠다 간 냇물 위를
백로가 긴 다리로 찬찬히 밟아본다
부리로 콕콕 찍어도 본다
햇볕 알갱이 몇 알을 쪼아 맛을 보아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상은 빛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꽃은 꽃의 얼굴과 차림새로
새는 새의 음성으로 삶을 드러내며
목숨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들부터
목숨을 움켜 쥔 것들에 이르기까지
빛의 권력에 복종하며 하루를 완성하는 시간

등이 휘어지도록 길옆에 서서
밤을 기다리는 가로등이
붉게 익어가는 서쪽 하늘로 눈이 가고
산길을 걷던 어둠이 날개를 펼친다

유리창을 타고 올라온 십자가가
죄를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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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외전/ 김휼

한 겹 어둠을 덧댑니다
꿈틀거리는 정체가 드러나려면
아직 몇 겹의 어둠이 더 필요합니다
숨겨진 가시를 찾기 위해
깊은 밤의 몸으로 스며듭니다
어둠이 어둡지 않을 때까지
그래서 이 방을 나갈 때까지
물결을 잡아끄는 달처럼
나를 이끌어가는 당신의 지혜는
언제나 흑암의 주기를 통과하는군요
어둠이 지지 않는 이 방에서
쓰지만 따뜻한 고배를 마시며
뿌리 깊은 애착의 무늬를 헤아립니다
어둠은 근심이 자라는 구덩이
깊어질수록 가지들은 무성해지지요
빽빽하게 우거진 어둠에 휩싸여
사라진 나를 견디다 보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나올 것도 같은데
지금은 고요한 능동의 시간,
격자무늬 고통이 침묵으로 차오르면
저 문고리에 손을 얹어 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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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what a stunning and evocative piece! The imagery is so vivid, especially the heron testing the water and the streetlights yearning for the night. Your poem beautifully captures the transition from day to night, highlighting the power of light and the embrace of darkness. I'm particularly drawn to the lines about enduring the darkness until wings might sprout – a powerful metaphor for resilience and transformation. The concluding image of the doorknob, a point of potential departure, leaves the reader pondering what lies beyond. Thank you for sharing such thoughtful work. What inspired you to write this poem? I'm eager to hear more about your creative pro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