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그건 분명 벌이었다
선한 사람에게 내리는
선에서 멀어진 사람을 이끌어주지 못한
선한 사람이 대속하는 벌이었다
산의 살점이 떨어지고
붉게 흐른 피가 길을 적시고
손가락으로 그은 금처럼 허술한 둑이 터지고
집은 빈 상자처럼 구겨졌다
산사태가 났다고 했다
산 아래 집을 지으면 안 된다고
물가에 집을 짓는게 아니라고
부지런히도 입을 놀린다
생각보다 먼저 입을 놀린다
지글지글 끓는 길 위로
살수차가 낙숫물처럼 지나간다
이번에도 귀가 닫힌 사람들이 입을 놀린다
그까짓거 한 번이나 지나가면 뭘한다고
평상에서 수박을 먹다
별똥 같은 수박씨를 뱉으면
하늘에서 별 하나가 깜빡이던 밤이 멀어지고
에어컨 실외기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
열대야/ 목필균
온종일 뜨겁게 달구어진
아파트에
어둠이 내려섰다
딸이 빠져나가고
아들이 빠져나간
거실에는 늦은 귀가를 기다리는
조바심도 사라졌는데
텅 빈 거실에
대형 TV가 온도를 높이며
몇 시간째 리모컨 번호대로
화면을 바꾸고 있다
기울진 나이만큼
점점 무거워지는 몸에
진득한 땀이 배어드는데
뒤척거리는 밤을
자지러지는 매미소리가
긴 여름밤을
한 자락씩 가쁜 음계로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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