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0 days ago

그건 분명 벌이었다
선한 사람에게 내리는
선에서 멀어진 사람을 이끌어주지 못한
선한 사람이 대속하는 벌이었다

산의 살점이 떨어지고
붉게 흐른 피가 길을 적시고
손가락으로 그은 금처럼 허술한 둑이 터지고
집은 빈 상자처럼 구겨졌다

산사태가 났다고 했다
산 아래 집을 지으면 안 된다고
물가에 집을 짓는게 아니라고
부지런히도 입을 놀린다
생각보다 먼저 입을 놀린다

지글지글 끓는 길 위로
살수차가 낙숫물처럼 지나간다
이번에도 귀가 닫힌 사람들이 입을 놀린다
그까짓거 한 번이나 지나가면 뭘한다고

평상에서 수박을 먹다
별똥 같은 수박씨를 뱉으면
하늘에서 별 하나가 깜빡이던 밤이 멀어지고
에어컨 실외기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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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목필균

온종일 뜨겁게 달구어진
아파트에
어둠이 내려섰다

딸이 빠져나가고
아들이 빠져나간
거실에는 늦은 귀가를 기다리는
조바심도 사라졌는데

텅 빈 거실에
대형 TV가 온도를 높이며
몇 시간째 리모컨 번호대로
화면을 바꾸고 있다

기울진 나이만큼
점점 무거워지는 몸에
진득한 땀이 배어드는데

뒤척거리는 밤을
자지러지는 매미소리가
긴 여름밤을
한 자락씩 가쁜 음계로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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