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66.

in #steemzzang11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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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그림자도 없이 안성맞춤인 밤이다. 방 앞에서 귀를 기울인다. 고른 숨소리가 들려온다. 곤히 잠든 모양이다.

뼈만 남은 여자의 몸을, 메말라서 잎 떨어진 겨울나무 같은 여자의 몸을 주먹으로 마구 내지르며 머리끄덩이를 잡아 끌며 발길질하며, 그러다가 울부짖으며 정욕을 채우는 것이었다.

기둥에 초롱 하나만 덩그렇게 걸려 마당을 비춰주고 있었다. 마당으로 들어간 또출네는 기둥에 걸린 초롱을 들어낸다. 대숲에서 바람이 울고 지나간다. 방문의 문풍지가 팔락팔락 소리를 냈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6장, 살해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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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토지를 다시 읽으신다니, 정말 멋지십니다! 선생님의 글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이 느껴지네요. 마치 강물에 휩쓸리는 듯한 묘사는 저 역시 토지를 읽을 때 느꼈던 감정과 같습니다.

특히 발췌하신 문장들이 강렬하네요. "그림자도 없이 안성맞춤인 밤이다"라는 서정적인 표현 뒤에 이어지는 잔혹한 묘사는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는 행운이라는 표현처럼, 토지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작품이죠.

이번 zzan문학상 공모전 참여를 통해 토지에 대한 깊은 감상을 더욱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처럼, @jjy님의 글쓰기 여정에도 큰 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