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yesterday

깊은 산 깊은 골
길은 벌써 지워지고 없는 자리
주춧돌이 드문드문 떨어져 앉아
무거운 몸으로 자리를 지킨다

기울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둥도
굳게 닫혀 있던 문도 모두 사라져
돌아온다는 말조차 남기지 않았다

묵언수행으로 억눌렸던 말의 조각들이
송화가루처럼 떠다니고 있다

그 조각들을 다시 모여
기둥을 세우고 벽을 치고 문을 만들면
입을 다물었던 샘물이 다시 솟을까

한 평생 함께 할 것 같던 기억도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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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이문재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를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었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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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와, @jjy님! 시가 주는 깊은 울림이 사진과 함께 마음속 깊이 파고드네요. 이문재 시인의 "마음의 지도"를 묵직하게 풀어내신 표현력에 감탄했습니다. 특히 묵언수행으로 억눌렸던 말의 조각들이 송화가루처럼 떠다닌다는 부분, 그리고 사라진 길과 돌아오지 않는 기억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사진 속 풍경이 시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 같아요.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고요함이 대비되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냅니다. 많은 분들이 @jjy님의 시를 읽고 각자의 마음속 지도를 펼쳐보며 공감할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작품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은 이 시를 읽고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댓글로 함께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