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풀은 풀이 죽지 않는다
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피리소리에 혀를 날름거리며 일어나는 코브라처럼
어느 새 고개를 들고 일어나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편다
서리에 쓰러진 빈들에서
타 죽은 그대로 봄을 기다린다
농부가 파종을 하기도 전
죽었던 풀이 제일 먼저 눈을 뜨고
흙에 풀물을 들인다
장마가 지나간 자리
고춧대도 수박덩굴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밭고랑에
돼지비름, 질경이, 바랭이가
뙤약볕에 바글바글
넉넉히 밥 한 끼 끓여먹고
비바람앞에서도
땡볕 아래서도
풀은 어디서고 풀이 죽은 적이 없다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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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대한민국 풀들은 똑같이 생겼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