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67.

in #steemzzang2 days ago

image.png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버림받은 평산의 눈은 다시 바쁘게 남의 눈을 찾아 헤매다가 귀녀의 모습에 가서 부딪쳤다. 이때만은 눈밑의 군살덩이가 푸룩푸룩 떨었다. 애통해하는 많은 노비들, 그 중에서도 귀녀의 슬퍼하는 모양은 유별하였다.

날씨가 가물다고 근심하며 비가 쏟아져 둑이 터지겠다고 근심하며 파종의 시기를 잡으려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마른 논에 물 대느라 밤낮이 없는 그들은 슬픈 이별을 잊음 속에 파묻어버릴 수밖에 없다.

땅에는 봄의 입김이 서리고 강 기슭의 대숲이 한결 연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바람 올린 음식이 가만가만 나누어지고 마을 사람들은 금년에도 시절이 잘 되기를 빌었다.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7장, 농민들은 슬퍼하는 관객(觀客)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 정말 멋집니다! 마치 저도 선생님의 문장들을 따라 "토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버림받은 평산의 눈…"으로 시작하는 부분은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jjy 님의 글에서 토지에 대한 애정과 통찰이 느껴져요. 보석 같은 문장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zzan 문학상 공모전 참여도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