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거리는 안개의 두툼한 어깨에 기대
얕은 잠이 들었다
새들은 목을 감싸는 안개의 숨결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다가오는 햇살의 날카로운 손톱을 상상한다
철길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주워먹는 비둘기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새들에게 위험한 건 기차가 아니라
언제나 갑자기 닥친 빛이었음을
한 쪽 발을 잃고
남은 하나의 발로 깡총거리던 삶을
놓을 수 밖에 없었던 날도
안개 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빛은 아직 먼 거리에 있다고
꿈틀 거리는 벌레를 향해 부리 뻗었다
빛줄기가 안개를 뚫고
새의 작은 등을 쓸고 지나갔던
영상처럼 새겨진 그 가을도...
다시 미스타 페오에 와서/ 이영춘
작년 이맘때 여기 와 시를 낭송하던
죽은 시인을 생각한다
노오란 꽃잎들 헤실헤실 웃으며 몸 털고 일어서는 새처럼
내 영혼은 자꾸 어둔 터널로 핸들이 돌아간다
시인의 영혼은 별 무리로 내려와 저문 강에 길게 몸을 눕히고
나는 강가에 앉아 살아갈 날들을 생각한다
땅 속에서 더욱 빛나는 삶을 사는 저 들풀들의 뿌리
그 뿌리들의 영혼을 생각한다
자갈밭길 달려오느라 다 잘려나간 내 뿌리들
맨홀 같은 어둠의 문턱에서
또 한 사람의 죽은 시인이 거기 서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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