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64.

in #steemzzang15 hours ago (edited)

image.png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설이사 계집 자식 있는 놈의 설 아니가. 뿌리 없는 나무, 머 말라 죽은 명절이고 개발의 달걀이구마.”

원님네 버선발로 뛰는 난리 겉은 거는 노상 있는 일이고, 유식자들 말을 들어볼 것 겉으믄, 이 유식자들이 그러더마, 양놈들하고 왜놈들하고 결국 붙을 기라고.

고래 쌈에 새비 등이 터지더라고, 영락없는 그 판이지, 난리가 나기만 하믄 동학당한테 쓰던 철포 대포는 유도 아닐 기고 한 방 터지기만 하믄 산이 무너진다 카든가,

-토지 제3편 종말과 발아(發芽) 5장, 난리가 난다는 소문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정말 멋진 포스팅입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깊이 있게 읽으신 감상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마치 강물에 휩쓸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는 표현이, "토지"가 가진 압도적인 서사와 인물들의 운명을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인용하신 구절들을 보니, 그 시대의 생생한 언어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와닿습니다.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정말 공감되네요! 우리 문학의 금자탑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zzan문학상 공모전 참여도 응원합니다! "토지"를 읽고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멋진 작품을 선보이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