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22 hours ago (edited)

가을 초입이 서늘하다 못해
반바지가 종종걸음 치게 만드는
쌀쌀한 아침

능소화의 품에 안겨
빗길로 떨어지지기 전까지
열대야를 등에 업고
에어컨은 에어칸(khan)으로 신분을 바꿨다

간사한 사람보다
간사한 하늘을 탓하며
서리병아리가 되어
땅에 떨어진 햇볕 부스러기를 따라가며
테이크아웃 커피에 싸늘한 손으로 감싼다

가을이
파르르 날개를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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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 나희덕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잠은 죽음의 연습,
때로는 잠꼬대가 두렵고
내쉬는 한숨의 깊이 쓸쓸하지만
그가 다녀온 세상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만큼
두렵고 쓸쓸한 일이 있을까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

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forLiterature)

https://steemit.com/steemzzang/@zzan.admin/3-zzan-zzan-prize-for-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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