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45.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포악한 동학놈들보다 더럽게 죽은 양반들이 더 밉더군. 개중에는 제법 뱃심 있는 사람이 있긴 이었던가, 정참봉 부자가 역시 변을 당했는데 송림에서 정참봉이 말하기를 죽음에는 노유가 있는 법, 아비의 목을 먼저 쳐야 하지 않겠느냐, 유유히 목을 내밀었다는게야.
비가 걷힌 돌담장은 이끼 빛깔로, 파아랗게 보이었다. 담장을 기대고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능소화, 치수는 초당에서 내려오다가 구천이를 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새벽녁, 인경소리가 울리적에 , 영혼의 깊이까지 스며들어 찬미하는 노래 같기도 하고 지옥의 죄 많은 망자(亡子)들이 울음 우는 소리 같기도 한 인경이 산과 수목과 새벽이 걷혀가는 하늘에 울려퍼질 때 밤이슬에 흠씬 젖어서 치수는 돌아오곤 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5장, 무명번뇌(無明煩惱) 중에서-
제3회 zzan문학상공모 (zzan Prize for Lit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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