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4 days ago (edited)

톱니는 톱날이 되는 날을 기다렸다

처음 딸기 이파리의 테두리가 되었다
톱니 끝마다 이슬방울이 빛날 때마다
토끼풀이 부러운 눈으로
톱니를 갖고 싶다고 했지만
모른다고 했다

가슴이 자글자글 졸아드는 것 같아
얼굴 가까이 대고 물어도
딸기덩굴은 모른다고만 했다

토끼풀은 덩굴손처럼 닿아있던
마음을 거두었다
식은 마음으로 밥알 같은 꽃을 지었다

보리밭으로 푸른 바람이 부는 날
꼬마들이 손을 잡고 달려와 꽃을 따서
풀꽃 반지를 만들었다

‘이 다음에 꼭 신랑 색시 하자’
손가락을 걸었다
토끼풀에 꽃물이 들었다

톱날이 되지 못한 톱니는
톱니바퀴가 되어 시간을 쫓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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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손택수

가시 끝에 탱글탱글 빗방울이 열렸다
나무는 빗방울 속에 들어가
물장구치며 노는 햇살과 구름,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새 울음 소리까지를
고동 속처럼 알뜰히 빼어 먹는다

가시 끝에 맺힌 빗방울들,
가슴 깊이 가시를 물고 떨고 있다

살 속을 파고든 비수를 품고
둥그래진다는 것, 그건
욱신거린는 상처를 머금고 사는 일이다
입술을 윽 깨물고 상처 속으로 들어가
한 몸이 되는 일이다

열매들은 모두 빗방울을 닮아 둥그래질 것이다
빗방울의 아픔을 궁글려 탱탱한 탱자 알이 될 것이다

바람이 불자, 내 어둔 이마 위로
빗방울 하나가 고동껍질처럼 떼구루루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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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I'm absolutely captivated by the delicate imagery and profound emotion in your poems today! The longing of the cog for purpose in "톱니는 톱날이 되는 날을 기다렸다," and the poignant metaphor of pain and transformation in "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truly resonate. The way you weave together nature and human experience is exquisite.

The line "톱날이 되지 못한 톱니는 톱니바퀴가 되어 시간을 쫓아 다녔다" is particularly powerful. It speaks volumes about unfulfilled potential and the relentless passage of time.

Thank you for sharing your beautiful work! I'm eager to hear what others think about these evocative pieces. What lines struck you most profoundly, fellow Steemians? Let's discu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