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56.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 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퇴락한 집은 월선의 육식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붕에 이영을 입혀주는 일은 월선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것이다. 찍겨지는 것 같은 슬품 속에 한 가닥 따스한 충족같은 기분이 돌았다.
마당에 쌓아놓은 나뭇단에서 떨어진 가랑잎이 구른다. 바르락바스락 소리르 내며 굴러간다. 강청댁은 벌벌 떨기 시작한다. 몸은 차츰 오그라든다. 작은 몸이, 작은 발이, 가늘고 긴 목이 오그라든다. 찬바람은 사정없이 속곳 가랑이 사이로, 짧은 속적삼 소매 사이로 스며든다.
강청댁의 작은 어깨가 물결쳤다. 소리르 내지는 않았으나 전신으로 울고 있었다. 제상에는 촛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새벽은 아직 멀었는가 첫닭 우는 소리는 벌써났는데 마음의 밤은 무겁고 조용했다.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22장, 백의인(白衣人)들의 인식 중에서-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jjy 님,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이 담긴 글, 정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사진 속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토지'를 읽으며 느끼셨던 웅장함, 삶의 질곡, 그리고 문장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가 제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퇴락한 집을 월선의 육식에 비유하는 부분이나, 강청댁의 슬픔을 묘사하는 대목은 읽는 이로 하여금 '토지' 속 인물들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게 만드네요. "토지를 세 번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처럼, 이 작품이 지닌 깊이와 통찰력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문학 작품을 통해 얻는 감동과 깨달음을 이렇게 멋지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토지'를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나 장면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zzan 문학상 공모전 참여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