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서랍/노자규
그리움의 서랍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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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서랍
(인생이 새장이라면 엄마는 새였을까
이제
“ 엄마의 하늘”
을 위해 날아간 것일까...)
아버지는 출근길 사고로 이 년 전부터
누워서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삼 형제는 큰집 작은집으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었고요
흩어진 가족이 모여 살
그 행복 하나 지키기위해
일한 엄마의 수고로움으로
보증금 천만 원짜리 방을 얻어
우리 가족은 다시 모여 살 수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와 일 년 만에
다시 누워보는 우리 삼 형제는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며 행복해했었습니다
공장에서 잔업을 하며
열 시가 넘어 들어오는 엄마를 대신해
아빠와 동생들은 늘 제 몫이 되었지만
같이 숨 쉴 수 있는
사각 공간 하나의 기쁨만으로도
늘 우리 삼 형제의 입은
간장종지 만해져 있었습니다
“엄마 일찍 주무세요 피곤하실 텐데
제가 내일 동생들
도시락 챙겨 보낼게요 “
새벽 다섯 시에 나가셔야 할 엄마는
늘 제겐 미안하다며
손을 꼭 잡아주십니다
일하고 오는 버스 안에서 자식들에게
“뭐를 사줬네”
“무슨 학원을 보냈네” 하는 소리에
엄마의 자리가 빈자리같이 느껴진다며
“엄마가 이다음에 꼭 핸드폰 사주마”
“아녀요 엄마 필요 없어요”
엄마의 수입이 다인 그 돈으로
아버지 치료비와 약값
그리고
달 세내기도 힘든 걸 알기에
가지고 싶을걸 말하면 안 된다는 걸
너무나 빨리 알아버린
아들이 미안하고 대견하기만 합니다
아픔의 조각들이
해비 속에 새털구름 되어 흩날리든 날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뛰어간 삼 형제는
누워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보호자가 되어 암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실에서 울고만 있는
동생들과
마주 보고 울고 있는 엄마를 보고는
차마 병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형에게 다가온 둘째가
“형 어떡해 울 엄마 죽는 거야... “
그 말에 형이지만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엄마,,,
수술하자 수술하면 살 수 있데,,“
엄마는
삼 형제의 손을 잡고
눈물 속에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계셨습니다
목마른 바람이 밀어낸
구름 한 점 머리에 이고선
수술하는 날 까진 벌어야 한다며
그 아픈 몸에 약봉지를 털어 넣으며
하루를 버티어 가든 엄마가
오늘은 퇴근길에 피자 한판을 들고
왔습니다
엄마의 월급날에나 누려보는
피자를 먹는 아이들의
엷은 미소를 바라보고만 있는 엄마
그 옆에서 그런 엄마의 미소를 보며
아픈 미소로 화답을 하고 있는 아빠
가난을 온몸으로
알아가는 아이들이 애처로워서인지
“내 새끼들.. 많이 먹어라,,,”
“엄마도 드세요..”
“난 많이 먹고 왔어니
너희들 많이 먹으렴 "
배속에서 들려올
쪼르륵 소리를 감추기 위해
부엌으로 달려가
깨금발로 버틴 마른 삭정이 같은 몸에
물한바가지 들이키는 소리에
아버지는 드시고 있든 피자를
막내에게 건네며
벽을 마주 보며 돌아누워야만 했습니다
대문 밖에 쪼그리고 앉은 엄마가
한숨이 바람길 따라오고 가는
텅 빈 달빛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그 옆에 나란히 앉는 아들
지금을 그리워할 훗날을 위해
이런말을 건냅니다
“엄마 수술하자..”
“아빠는 큰아버지댁에 맡기고
나랑 동생들은
작은아버지 댁에서 생활하면서
밤에 주유소 아르바이트하며
동생들 제가 돌볼 테니
걱정 말고 수술하세요
주인아주머니에게 말씀드려놓았어요
엄마 수술비에 써야 한다고..... "
한지붕 아래 사는게
왜 이렇게 우리 가족에겐 힘이 드는지
다시 찾은 이 행복을
놓기가 너무나 싫은 엄마는
눈물로
그 아픔을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수술을 앞둔 어느 날
숨겨온 감정과 언어들을
외줄 산소호흡기에 매달아 놓은 채
들숨 날숨으로
눈물을 대신하며 누웠있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다시 찾아온 이별 앞에
서로 같은 하늘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고요
그때 울리는 전화 벨소리...
황급히 병원을 찾은 삼 형제의 눈에
하얀 천이 덮어져 있는 엄마의 모습
“형 엄마는 어디 갔어”
그때
그 하얀 천을 바라보며
서있는 형을 보며
“형 우리 엄마 맞아
엄마 얼굴을 왜 덮어났어. 형. “
엄마가 숨 막힌다며
얼굴에 덮힌천을 걷으며
막내는 그게 죽음인걸 모른 체
울며 소리칩니다
“엄마 여기 있지 말고 집에 가자 “
,“여기서 자지 말고 집에 가서 자자 응..”
“엄마”라는
외마디 말조차도 내뱉지 못한 채
울어야 한다는 것 조차 잊은 채
넋놓고 바라보고만 보고 있는 큰형에게
“환자 스스로
산소마스크를 벗는 바람에.........”
의사는 외마디 말을 건네곤
병실 문을 나가버립니다
의사가 던진 말을 곱씹으며 생각합니다
“엄마에게는
죽음도 삶의 한과정이었을까..
그래서
가족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행복할 수 있었나 보다.....라고
울음조차 내뱉지 못하고 있던 큰형은
영안실로 내려가기 위해
병실 문을 나서는 엄마를
차마 이대로 보낼수 없었나 봅니다
“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봐도 돼요... “
그제서야
한나절 같은 엄마에 일생에
얼굴을 묻고
강뚝이 터져 버린듯한 울음으로
혼절의 아픔을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삼 형제의 눈물은
밤새 영안실 문을 사이에 두고
강이 되어 흘러갔습니다
엄마를 산에다 두고
온 삼 형제는 아픔만 서려있는
방안을 차마 들어서지 못하고
훑어만 보고 섰습니다
“엄마는
혼자 산에서 살아야 하는 거야
우리랑 같이 살면 안 되는 거야,,,,“
죽음을
막내에게 뭐라 표현해야 하는지
부둥켜안은 삼 형제의 눈물은
넘어가는 해자 락에 걸려
쉬 내려오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목숨과 맞바꾼
이 보금자리에는
앞으로 마주칠 잊힘과 그리움만
가득해 보입니다
인생이 새장이라면 엄마는 새였을까
이제
“ 엄마의 하늘”
을 위해 날아간 것일까
산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음을 알 수는 없지만
죽는 자의 가장 큰 아픔은
잊힘이고
산자의 가장 큰 슬픔은
그리움의 서랍을
열어보일 때라며.....
엄마 미안해....
그리고
그곳에서는 꼭 행복하셔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