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 미지의 서울

미지의 서울은 방구석 그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좌절의 그늘이 드리운 방구석에서 미지는 몇 년을 버텼지만, 서울, 서울 사람들은 여전히 그 방구석에 감금되어 있으니까.
처음에는 어둠이 미지를 삼켰어도, 그 어둠을 가지 못하게 붙든 건 미지 자신이었어. 익숙해진다는 게 그렇게 무서워. 어둠이 미지의 활력을 모두 빨아먹은 뒤에, 미지는 그것의 등에 딱 붙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지. 그런 미지가 방문을 열고 나오게 만든 것은 더 큰 두려움.
그래도 그것이 미지를 살렸다. 두려워 피한 사람들은 모두 미지의 방문 밖에서 미지가 나오길 기다렸고, 미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더 큰 두려움에 이끌려 방문을 열고 나왔으니. 그것은 축복이었을 거야.
아무도 혼자 살 수 없고,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수많은 타인들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나는 혼자라고 우기고, 나만 느끼는 좌절이고 고통이라고 관종짓을 해대지. 그것도 누가 보라고. 결국은 모두 방구석에서 그러고 있는 거야. 맞은편 베란다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모두의 방구석.
무인도에서도 혼자가 아니야. 만지고 느끼고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 않아도, 연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인간이고, 영혼이고. 물방울이 잠시 튀어 올랐다고 바다가 아닌 것이 아니듯. 그 연결을 지독하게 바라보고 도망쳐도, 늪처럼 올무처럼 점점 더 옭아맬 뿐이지. 엮여 있으니까. 그러나 마주 잡자고 바라보면 모두가 손을 뻗치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거야.
맞아,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초라한 결과에도 한 팀이었음을, 우리가 함께였음을 추억할 수 있다면. 그러자고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공동체를 이룬 것이 아니겠어. 그렇게 죽자고 전쟁을 해댔는데 말이야.
호수 같은 이들은 타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연결을 끊으려 했다지만, 그건 자존심이 그렇다는 거야. 모두가 서로에게 짐이고 모두가 서로를 버티고 사는 연결된 세상에서, 아니라면 아니고, 끊으면 끊어지겠니. 무인도에 숨어들어도, 방구석에 틀어박혀도, 아무도 혼자일 수가 없어. 연결된 세상에서 고독은 불가능하단다.
뒤돌아보면, 방문 밖을 나서면. 모두가 그러고 있는 거야. 그래서 방문을 두드리면. 미지가 잘 하는, 방문을 두드리고. "내가 여기 있어. 언제든 나와."라고 말하고, 다시 방문 앞에 서면, 세상이 내 뒤에 서 있는 거야. 연결된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
미래의 서울은 고독하고 외로웠지만, 미지가 선 곳은, 미지가 나선 방문 밖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걸 너의 쌍둥이 미래가 알아서 다행이야. 미래는 미지니까. 아무 것도 알 수 없으니까.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테니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이 길을
함께 걷겠다는 결심.
마주할 결말이 초라함뿐이어도
끝까지 앞으로."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106. 미지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