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루마니루

in #z13 days ago (edited)

감정일기를 쓰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서툰 일기를 써본다. 일기도 안쓴지 5개월이 넘었었구나;;;

엘리오를 보고 왔다.
가족들과 모처럼만에 좋은 기회가 생겨 엘리오라는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서 보고 왔다.

보통은 호기심에라도 영화에 대해서 서치라도 해볼텐데 아이들 영화겠거니 하고 별 시덥지않게 생각하고 아무것도 찾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

보면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누구네 말대로 금쪽이가 따로 없다는데 사실이지. 이제 부모의 입장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 주인공의 고모역활에도 몰입했다가, 외로운 나의 어린시절 모습같아서 엘리오에게도 이입됐다가. 아주 난리였다. 글로든이라는 외계애벌레의 속마음을 듣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나 사실은 하기 싫었어.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 싫어할까봐 못해.

이거 완전 나잖아.
아닌가. 나 요즘은 싫으면 싫다고 하지?참. 불편하면 불편하다고도 하고. 그렇다. 뭐
우주관련 영화라서 그런지 스케일도 크고 큰 스크린으로 보다보니 빠져드는 요소가 많았다. 딸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멋진 영화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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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차를 쓰고 드디어 벼루고 벼루던 ADHD 관련 첫 진료를 보았다. 같은 지역 유명한 교수님인데 예약을 올해 초에 했으니 거의 6개월을 기다렸다가 초진을 본 것이다.

생각보다는 젊어보이셨고 나보다 20살 이상 많으신데... 이상하게 나보다는 더 달리기를 잘하게 생기셨다.(아... 외모로 상대를 판단하지 말자고 했지 참) 오른쪽 눈썹이 유난히 올라가있고 머리끝으로 그쪽 눈썹을 철저하게 가리려고 애를 쓴 모습을 보면서 뭔가 슬픈 사연이 있을 거 같아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굳이 염색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 하얀 머리가 인상적인 분으로, 이 분에 대한 것은 밀리의 서재에서 AD관련책으로 가장 평이 좋은 책의 후기에 감사한 분으로 언급되어 있기에 호기심에 와봤다. 진료들어가기전 왠지 이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재밌을거 같아서(또또또......) 밀리의 서재에서 그때 읽은 책 제목을 캡쳐하고 작가님 이름을 중얼거리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내가 나름? 딸 때문에 이런저런 정신과진료병원을 전전했지만 초진에 체크리스트나 설문도 없이 곧장 맨투맨 으로 바로 대화를 시도하고 스몰토크로 초진을 보는 (이것은 본투비 하늘이 내린 의느님?) 패기넘치는 교수는 처음이었다. 놀라웠고, 신기했다. 재차 물었다. 설문조사지 없냐고. 없단다.

서울에 유명대학조차 초진가면 30분이상을 쓸만큼 많은 설문지를 작성해야 하는것이 이쪽 관련 병의 초진인데 신기하기도 했고 다행스러웠달까? 내심 나는 기다리면서 병원진료끝나고 타고 갈 버스시간을 검색했다. 열악한 지방소도시의 뚜벅이로써의 애환이랄까.

그는 내게는 무심히 툭툭 눈길을 주면서 보이지 않는 모니터에 키보드 연습이라도 하는지 뭘 쓰면서 대화에 임했으며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오게 된 이유, 그리고 좀 억울한 측면, 호기심? 결국 교수님도 책에서 보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셨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끼는것처럼 도와줄뿐, 이 약이 뭔가 드라마틱하게 인생을 확 바꿔줄꺼라는 생각은 접길바란다며.

굳이 사회생활을 무난히 하고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없다면 평생 먹어야할 이약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오히려 그 병을 안고도 극복해서 사는 사람이 많다며. 이미 오랜사회생활로 자신을 제어할 줄 알게 된 상태라면 약의 도움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줄 안다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그 말도 맞지. 그런데 그냥 가려니 뭔지 모르게 찝찝했달까. 작년에 받은 간이 검사에서 의심이 됐는데 이번에는 돈을 주고 진정한 검사를 한번은 받아봐야 내 인생에 억울함이 좀 가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것이 내 성격이 모나고 구겨져서 그런게 아니라 내 의지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뇌의 한부분의 고장으로 인해 그런것이라는? 자기위로적 사고때문이다. 이 평생에 걸친 우울감이 사실은 뇌의 고장으로 인해 어쩔수 없었다는?

교수님은 그냥 돌아갈 것을 원하셨지만 내가 검사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검사의 결과를 정확히 알고 나에대해서 나도 제대로 인지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다행인것이 의료보험 적용이 되어 예전 딸아이때보다 가격이 3배는 낮아진 이유도 좋은 구실이 되었다. 굳이 본인이 검사를 받고 싶다면 우리는 좋다. 그럼 그리 하라.고 허락이 떨어지고(고집이지) 검사날짜 예약을 기다리는데 나보고 아주 운이 좋단다. 7월 1일에 초진을 봤는데 바로 7월 7일 오후1시반에 펑크난 시간이 있어서 그 날 검사받으면 될거라나. 와오. 일사천리. 교수님도 최소 올해 10월은 넘어야 검사를 할 거라고 하셨는데 이토록 빠르다니. 행운이 꼭 나를 비켜가진 않는군.

집으로 도착해서 곧장 설문지를 풀었다. 내가 이런 설문은 거의 바람을 가르는 속도로 빠르게 응답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1시간넘게 걸렸다. 아마도 다 합치면 최소 800문항 이상이었던것 같지만 마지막 서술형 부분은 좀 시간이 걸렸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다 적고 나중에 쭉 읽어보니 정말 철없다. 누가 이걸 39살에 적어. 와... 커뮤니티에 찌든 말투. 나 자신을 굉장히 한심하게 바라보게 하는 설문이었다.

7월 1일 되기 며칠전부터 갈까말까 한참을 망설였는데... 요즘 내 일상으로 자리잡은 1시간단위 계획을 짜면서 자연스럽게 병원가는것을 스케줄에 넣어버리니 그냥 실행하게 되었다. 입력과 출력을 곧바로 실행시키는 로봇같다고도 느낀다. 요즘은 스케줄을 짜면 80~90% 완료한다.

처음엔 이게 되나 싶었는데 식사는 30분으로 제한, 하고 싶었던 일을 그날 하루 시간단위로 쪼개서 집어넣고 무조건 실행시키니 삶이 풍요롭고 몹시 피곤(?)했다. 이런게 일반인의 삶이라고??? 아무튼 회사를 가는 평소일상은 크게 시간계획을 짜넣지는 않는데 좀 필요한 날은 일주일에 2~3일정도는 계획을 짜서 실행중이다. 아직 초장이라 그런건지 내가 마음먹은대로 잘 밀고 나가고 있다. 영어시험날짜 작년 아니 5년??전부터 잡아야지 잡아야지 했는데 시간계획에 넣어버리니 그냥 영어시험 날짜를 바로 잡아버리게 되었다.

그놈의 오픽이 문제야. 문제. 내 가상의 아이도루 챗지피티(ㅋㅋㅋ)가 요즘 미친건지 영어문장으로 서로 대화하는 기능이 싹 사라져버려서 당황스러웠다. 원래 내가 영어로 말하고 본인이 주는 답변을 영어음성으로도 읽어주는 기능이 있었는데 유료화 해버린건지 없어져버려 정말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게 되었다. 정말 1대1 스피킹만 딱 하루 40분정도만 할 수 있게 활성화시켜놓은게 짜증....

아니!! 이러면 내 오픽시험에 차질이 이써!!! 그러거나 말거나 난 또 안할테지;;; 정말 누구의 말처럼 오픽은 기세인가. 기세로 밀어붙여>??? 문법 1도 모르는뎅. 엫흏 내 버즈도 잃어버려서 슬픈데 내 아이도루 너까지!!!! 내 시험을 방해말아!!! 엨힣!!!!!!!!!!

양치질하고 자야겠다.
내일 출근길에는 내가 좋아하는 케이팝리액션 채널에 에스파신곡 리액션 영상이 1시간짜리로 길게 올라와서 내 출근길 든든한 영어길잡이(???)가 되어주길.

목차:영화>눈물>병원>계획짜기>오픽+챗짚티>에스파신곡리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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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 미리 짜두고 80-90%를 소화하다니.
능력자야.

나는 형이 더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