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분 뭐라 하지
이런 기분 뭐라 하나
약간의 짜증이 들어있고 만사 귀찮고 그렇다고 뭔가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바삐 뭔가 하고 그러나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 손도 안 대고 하늘만 처다 보고, 이게 뭐지...
마냥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커피 한잔을 탔다.
지금 몇 시니 하시는 어머니
12시예요 대답하며 왜요, 배고프세요 하니 아니라며 그냥 물어본 거란다.
그래서 나도 누워계시는 엄마를 향해 엄마 이름이 뭐죠 하니 엄마 이름은 엄마지 뭐야 하신다.
그래서 엄마 이름을 대며 누구 이름이죠 하니 모르겠는데 하신다.
이모 이름을 대도 잘 모르신다고 하신다.
하여 다시 엄마 이름을 대며 누구 아름이죠 하니
글쎄 내 이름 같기도 하다, 하신다.
정말 모르시나 싶기도 하고 장난 같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장난 같으면 모르는데 깜빡깜빡하시는 거면 증세가 더 심해지지 하는 느낌에 서글프다.
비가 내려 그런가 마음이 더 착잡하게 가라앉는다.
방문을 열어 놓았더니 빗소리에 놀란 어머니는 가스불에 뭘 얹어 놓았니 막 끓는 거 같다 하신다.
아니에요 비 오는 소리예요 하니 난 가스 불네 뭘 올려놓았는지 알았다며 비가 그렇데 많이 내리니 하신다.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창문을 닫았다.
조용하다.
어머니는 이내 동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드신다.
그러나 내가 움직이는 기척이 보이면 어디 가니 물어 오시는데 대답은 아니에요, 저 여기 있어요 한다.
그러면 다시 나비의 느슨한 날갯짓 같이 눈을 깜박이시다 이내 날개를 접고 꽃에 안은 듯 그런 모습의 눈으로 동화 속으로 빠져 드신다.
그런 어머니를 옆에 앉아서 바라보면 마음이 여러 개가 일렁인다. 안타까움에서 대단하시지 그리고 지금 행복하시겠지 그러나 그 행복 젊어서 고생에 보상은 어림도 없지 등 하늘에 구름 일었다가 사라지듯이 내 마음속에서 어머니를 향한 생각이 그렇다.
나는 늘 말하고 생각한다.
장남이 참 좋은 거라고, 장남이니 제일 맏이이니 어머니의 가장 젊어서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서 장남에 좋은 것을 강조한다.
그래 그런가 나는 늘 젊은 시절의 엄마를 기억한다.
동생들은 전혀 기억할 수 없는 기억들, 그 기억들이 나의 성장 기억이며 엄마와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넘치는 시기이다.
그때의 엄마 아야 기는 그 어떤 동화에 대입을 해도 다 어울려 각색이 잘된다.
그래서 어려웠어도 시절이 나쁘지만은 안았지 싶었는데 엄마는 상대적으로 무척 고생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지 싶다.
가끔씩 뒤척이며 동화에 빠져드는 어머니
어머니의 노후가 아름다운 동화처럼 치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점점 아이처럼 되어가고 있는 어머니는 사실 나의 동화 속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그 어머니가 다시 동화 속으로 들어가 동화 속 이야기처럼 어디론가 가버릴 거 같은 느낌이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동화 속 이별 같은 그런 이별이 기다리고 있을 거 같은데 그러기 전에 많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가시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2025/08/06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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