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더 두려운 건가?

in #zzan3 days ago

산책길에 들깨를 꺾어 널어놓은 것을 보았다.
연일 계속되는 비에 젖은 게 아니라 썩은 거 같다.
차라리 그냥 놔둔 것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거 어지간히 왔어야지 2주 정도는 그냥 비가 계속 온 거 같다.
비가 안 왔다 해도 흐린 날이었지 맑은 날 기억은 없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삼 년 가뭄과 삼 년 홍수가 어떤 게 더 무서운가 두려운가를 생각해 봤다.
삼 년 가뭄이면 산천에 초목이 모두 말라비틀어져 있을 것이고 사막화될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삼 년 동안 연일 비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다 떠내려 갈 거 같다.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고 살거나 하는 모든 곳들이 물에 잠겨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 속에는 그런 경우가 있었을 것 같다.
우리의 조상들은 그걸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는 게 아닌가 싶다.
실로 존경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떤가 보면 석 달 면 비가 안 와도 난리 석 달 동안 비만 내리면 그건 더 난리, 그런 세상이다.
비는 석 달까지도 아니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 무섭게 퍼붓는 비는 하루사이에도 물난리를 유발하고 큰 피해를 입힌다.
그런데 석 달 동안 그런 비가 온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탁 막히는 일이다.

오늘 모처럼 하늘이 개였다.
남쪽 하늘부터 맑아지며 흰구름이 두둥실 거리더니 이젠 북쪽 하늘도 맑아졌다.
일단 이번에 내리기 시작한 비가 끼친 거 아닌가 싶다.
가을비가 이렇게 2주 가까이 내리는 건 처음 본 거 같다.
여름 장마보다 더 줄기차게 비를 뿌려 댔다.
농작물 수확만 아니라 하면 덜 걱정했을지도 모르나 한창 수확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는데 연일 비가 오니 농심은 밭에서 짓물러 가는 곡식보다 더 짓물러져 갔다.

먹어야 먹었나 보다 한다고 농사도 수확을 다 해 놓기 전에는 장담할 수 있는 게 못된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해도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다.
무조건 하늘이 도와줘야만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장마야 싶게 비가 오는 것도 가뭄 든 듯이 비가 안 오고 연일 뙤약볕인 것도 다 이유가 있는 하늘의 뜻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 세상은 싸움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를 늘 보인다.
싸우지 않고 서로 웃으면 사는 세상은 어느 하늘아래 있을까, 하나님의 능력으로 세상에 살상무기 전체가 그냥 녹아내려 고철 덩어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할까.

그런 세상 안 올 거 같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믿는다는 자들이 더 반 하나님적 행동을 서슴없이 하니 어쩌면 인간 세상에 대하여 하나님도 포기했을 거 같다.
나도 골치 아프니 너희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 하고는 신경 끊은 지 오래일 거란 생각이 든다.

불보다 물이 더 무섭다는 말을 어른들이 하시는 걸 들으며 살았다.
불보다 무섭다는 물도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걸 다시 알게 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하늘에서 불도 물도 다 내려오는 걸 보면 하늘은 두려운 곳이다.
그러니 함부로 하늘을 욕하면 안 된다.
산책길에 썩어가는 들깨를 보며 하던 생각이 두서없이 나와서 나도 술 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거 같다.
한쪽 생각은 오늘 재산세 납부에 가있어 그런지도 모른다.
이젠 세금 내는 게 즐겁지가 않다.
왜 그런지는 모르나 거머리에게 피를 빨리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게 그냥 싫다.

감사합니다.

2025/10/1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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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dns,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2주간의 가을비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제 마음까지 축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들깨가 썩어가는 모습에서 시작해 삼 년 가뭄과 삼 년 홍수에 대한 깊은 고찰, 그리고 인간 세상의 모순까지...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오는 듯한 글 솜씨에 감탄했습니다.

특히 "하나님을 믿는다는 자들이 더 반 하나님적 행동을 서슴없이 하니 어쩌면 인간 세상에 대하여 하나님도 포기했을 거 같다"는 부분은 묵직한 울림을 주네요. 하늘에 대한 경외심과 세금에 대한 솔직한 감정까지, 다양한 생각이 녹아있는 글이라 더욱 인상 깊습니다. 모처럼 갠 하늘처럼, 작가님의 마음에도 햇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이런 깊이 있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이 글을 읽고 함께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