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심통, 아니 감사하기도 하고...

in #zzanyesterday (edited)

어머니와 아내의 관계는 매우 이례적이다.
고부간 하면 떠오르는 게 갈등인데 우리 집은 그렇지 않다.
우리 집에서 고부간은 그 어떠한 인간관계보다 우선한다.
아들도 딸도 그 어떤 관계도 고부간, 특히 큰며느리와의 관계는 절대적이다.

시어머니의 사랑은 기본이고 신뢰의 끝판왕이 이런 건가 싶게 큰 며느리를 신뢰하신다.
반대로 놓고 봐도 그렇다.
아내에게 있어 시어머니는 그 어느 사람보다 존경하고 따른다. 그렇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묘한 위치에 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반항하듯 아니면 따지듯 한마디 한다.
어머니에게는 아들 있고 며느리 있지 며느리 있고 아들이 있는 건가요라며 따지고, 아내에게는 남편 있으니 시어머니 있는 것이지 시어머니 있고 남편이 있는 거냐며 따진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억울하면 잘해라, 내가 네 식구랑 불편하면 넌 편할 거 같니 다 생각이 있는 거란다 하신다.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때론 왠지 모르게 심통이 나기도 한다.

여하튼 우리 집은 그렇다.
그래서 그걸 이용할 때도 있다.
특히 밭일을 나갈 때면 그렇다.
뜨거운데 뭘 나가니 안 하면 안 되니 하신다.
그러면 다른 말로는 이유가 안 된다.
뜨거운데 나가지 말도 나랑 놀자가 어머니의 주장이시다.

그러나 농사는 때가 있는 거 아닌가 일을 하러 가기는 가야 하는데 말리시면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저도 나가기 싫어요, 뜨거운데 누가 나가서 일하고 싶겠어요.
그냥 시원한 데서 어머니랑 놀거나 집에서 쉬면 좋지요.
그런데요 어머니, 제가 나가서 일을 하면 며느리가 그만큼 편한 거예요.
제가 안 하면 둘이서 더 많이 해야 하니 엄마 며느리가 힘든 거예요, 어떻게 할까요? 하고 여쭈면 내심 기대는 그래, 그래도 뜨거운데 나가지 말아라 하실 줄 알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대답은 아니다.
아들, 그러면 얼른 가서 많이 하고 와라, 그런데 무리는 하지 말고 라며 밭에 가는 걸 윤허하신다.
이렇게 사는 나를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장가 잘 갔지, 뭔 복에 저런 아내를 만나 장가를 갔나 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정말 뭔 복일까.
아무래도 조상님 덕 아닐까 싶은데 그럴만한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이야기를 터트리면 일하러 밭에 와서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 되니 여기서 줄이련다.

스마트 폰으로 글자를 찍으니 오탈자가 많다.
나중에 데스크 탑에서 손을 볼 생각이나 혹여라도 읽는데 불편을 드려 죄송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쉬는 짬을 이용해서 하지 않으면 이것도 큰일이 된다.

오늘은 깻모를 낸다.
들깨 모종을 밭에 이식하는 것이다.
새벽에는 두어 시간 같니 와서 했고 아침 먹고는 아내는 공주로 교육 갔고 나는 목요일이라 수업이 있는 시간인데 방학을 했으니
제수씨가 어머니 돌보러 왔으니 나는 밭에 와서 들깻모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말 아내가 덜해도 되니 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가 그냥 속없는 이야기는 아닌 거 같기는 하다.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무조건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나도 땀은 비 오듯 해도 즐겁게 일을 하니 아주 좋습니다.
내가 이리하면 아내가 덜해도 되니 열심히 해야 하는 거 맞는 거 아닌가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2025/07/03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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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dns, what a heartwarming and hilarious glimpse into your family dynamics! It's so refreshing to hear about such a strong, loving bond between your mother and wife – a delightful contrast to the typical mother-in-law stereotypes.

Your humorous anecdotes about navigating this unique relationship and "exploiting" it to get out of field work are just priceless! The playful banter and the underlying love are so evident. It's clear you've found a sweet spot in the family dynamic.

Steemit needs more stories like this. These are real life stories, full of character, humor, and heart. Thanks for sharing this slice of your life. I'm sure many can relate and appreciate the special bond you've described. Keep up the great work, and I look forward to reading more about your family adventures!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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