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서...
확실히 늙었다.
이 시간이면 잠자겠다고 자리 깔고 누울 시간이 아니다.
10시 넘어 11시쯤 되니 잘 생각에 담요와 이불을 가지고 모두 점자리를 찾아간다.
한창 술 먹기 바쁜 시간대인데 이젠 늙었다.
술 그만 먹고 자자고 할 필요도 없다.
술도 저녁 먹을 때 한두 잔 하고는 2차 술자리는 자동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커피 마실 사람 하니 5명이나 커피를 마시겠다고 손을 든다.
애터미 믹스커피를 준비해 간 내가 커피를 끓여서 돌렸다.
나 역시 커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다.
금단 증상까지는 아니라 해도 오늘 커피 구경을 못해서 매우 궁했다. 그래서 늦은 저녁에 차에 커피가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가져다 다 같이 한잔 한 것이다.
물론 커피 먹으면 잠이 안 온다는 친구는 안 마시고 희망자만 마셨다.
같은 커피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누군 오후에 커피를 마셔도 잠을 못 자고 누군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듯한 커피 한잔이 오히려 숙면을 취하게 하기도 한다니 사람마다 다 다른 거 같다.
자려고 누우니 집생각은 물론 여러 생각에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어나 앉았다.
모처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니 이 생각 저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룡산이 워낙에 영험하다는 산이니 좋은 영감이라도 하나 얻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잠자리 들기 전에 하던 이야기도 예전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불과 전년도까지만 해도 술 마시며 그냥 각자 사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제는 늙었다는 징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 친구는 동네 노인회에 가입을 하고 노인회에 나가 보니 막내라며 모든 심부름은 물론 궂은일을 다 밀어하게 하기에 일주일쯤 나가다가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제 노인정 노인회 이야기가 올해부터 등장하게 된 것이다.
가실 약간은 충격이다.
지하철을 타면 경로석에는 않아도 아직 노인정이나 노인회 같은 곳은 생각해보지 않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세 삼사녀 사오 년 지나면 노인정을 찾는 친구들이 나오게 될 거 같다.
물론 10여 년 후면 대부분이 노인정 단골손님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젊게 살려면 아니, 건강하게 살려면 스팀을 가까이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스팀에 매일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만 써가도 장담은 못하지만 치매 예방이 될 거 같고 조금은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살 거 같다.
노인이 되면 스스로가 행동반경을 좁혀가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더욱 노화는 빨리 진행한다고 생각한다.
스티미언으로 활동하면 늙는 것을 멈추게는 할 수는 없겠지만 대책 없이 늙음이라는 무덤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은 늦추거나 깊숙하게 빠져드는 것은 비켜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저기서 잠든 친구들이 코 고는 소리가 진동한다.
코를 골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친구들도 있는가 보다.
코 고는 소리가 내게는 수면 방해가 될 정도로 요란하다.
그렇지만 다 참아줄 만하다.
젊음을 함께 나눈 전우인데 이 정도쯤이야 반가움의 한쪽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묵고 있는 곳이 펜션인데 옆방에는 시끄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잠자는 분위기가 아니다.
우리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게 할 정도의 그런 분위기 같다.
한마디로 좋을 때가 아닌가 싶다.
참 오늘 나온 이야기 중에 우리가 만난 것도 이제 50년이 되었고 나이도 70이 다들 넘었으니 어느 정도씩 출자해서 법인하나 만들어 뭔가 공동으로 사업해 보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농산물 중에서 고품질 농산물을 특별한 브랜드를 만들어서 특정한 계층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에까지 이르렀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반인 상대로 하는 유통에서는 자라 잡거나 성장이 어렵고 식품 안전과 고품질을 무기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리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더군다나 사업 목적이 세상을 살만큼 산 사람들이 전우애로 뭉쳐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에 하나로 예전에 근무했던 지역의 농산물을 유통하면 ㄷ핸찮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이냐기도 나왔다.
물론 모두가 좋지 하는 건 아니다.
사업을 안 해본 친구들은 이나이네 뭘, 그걸 어떻게 이런 의견이고 대기업 고위 임원을 했던 친구는 괜찮은데 우리 한 이천씩 각각 투자해서 한번 해보자 한다.
내 생각에도 해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실현 가능성은 30퍼센트 이하이다.
막상 추진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에 가 이 나이에 뭘 한다고 하는 말이 제일 많을 거라 생각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스스로 늙었어라는 생각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으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사업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뛰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늙기는 늙었나 보다.
이제 자야겠다.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2025/10/19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그 사업을 스팀과 연관시켜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스팀 only' 제품이면 가능할거 같습니다~
관심 고맙습니다.
스팀에서는 고급 농산물 판매는 제약이 많이 따라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고 경험에 의하면
싸면서도 어느 정도 품질이 담보되는 제품이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한 자본이 아주 많다면 아주 좋은 물건이고 싼데 스팀미언, 이어야만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또 다른 의미의 성공을 그려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이라도 하다 보면 모르지요, 기회가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