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조

in #zzan5 hours ago

지금 몸에 변화가 오고 있다.
아니 몸이 아니라, 마음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며칠 전부터 느끼는 무력감에서 헤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더 깊은 곳으로 빠져 드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쪽이 든 나쁘지 않다.
변화를 한다는 것은 설령 무력감으로 더 빠져 드는 현상이라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정체되어 있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날자와 시간은 8월 8일 오전 2시 44분이다.
나는 방금 전 샤워를 했고, 물기를 대강 닦은 다음 애터미 카페 아라비카를 한잔 타서 들고 작업실로 들어왔다.

그전에는 집 밖에서 여기저기 쓰레기 정리를 했다.
내가 오늘 늦은 밤 쓰레기 정리를 하게 된 계기는 종량제 대봉투가 반도 안 찬 것을 발견한 것이 시발점이다.
그런 걸 보면 왜 그리 아깝고 몸이 근질대는지 모르겠다.

밖이 시원 해졌으니 바람이나 쐬고 들어오자 하고 나가서 집 주변을 살피다 보니 위에서 이야기한 반도 안 찬 종량제 봉투를 발견한 것이다.
그런 걸 보면 그냥 있을 내가 아니다.
부지런히 여기저기 쓰레기를 주워서 봉투를 채우자 생각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시간이 그러하니 들어와 어머니 주무시며 들으시게 스마트 폰으로 동화를 틀어 드리고 나도 잠을 청했던 것이다.
몸은 피곤을 느껴 대강 닦고 자리를 펼치고 누웠는데 잠은 오지 않는다.

젠장 1시가 다되어 가니 잠을 자야 하는데 덜 찬 종량제 봉투가 나를 부르는 것처럼 생각이 된다.
결국 일어나 나갔고 일을 좀 크게 벌렸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을 치우자는 생각을 했다.
하여, 톱과 전지가위를 들고 집 앞에 서있는 개복숭아나무 아래로 갔다.

그곳에는 봄에 잘라낸 복숭아나무 굵은 가지가 풀이나 쓰레기 하고 엉겨 있어 그것을 치우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
사모래를 비벼댈 때 쓰는 반쪽 짜리 플라스틱 드럼통을 가져다 놓고 좀 굵은 것은 톱으로 나무를 한 뼘 정도 되고 자르고 가는 것들은 전지가위나 손으로 잘게 잘랐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밭에 가져가서 퇴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아침에 밭에 갈 때 싣고 가서 퇴비장에 던져 넣으려 하는 것이다.

작업을 하다 보니 보이지 않던 쓰레기도 기어 나온다.
우리 집은 혼자 사는 단독 주택이 아니라 아래층이 여러 명이 사용하는 시설이 있는 근린생활 건물이라 주차장이 넓어 쓰레기는 어디서 오는지 모르게 많이 생긴다.
건너편 별도로 주차장 영업을 하는 곳은 더하다.
그러니 쓰레기에 민감해있는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버리는 사람은 많은데 치우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결국은 내가 치워야 한다.
어떤 때는 지저분해도 모른 척 놔둬보나 답은 마찬가지이다.
내가 치워야 치워진다는 사실이다.

8시쯤은 교육 간 이국장이 일찍 와서 걸으러 나갔다.
공원에 새로 생긴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것이 좋아 그리로 갔다.
규모가 생각보다 작기는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싶어 걷는데 거기서 동네 사람들은 자연스레 만나게 되었다.
잘 지내세요, 오랜만이에요,라며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은 광장부동산 실장이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나는 애터미 열심히 하며 잘 지내고 있어야 하니 잘 안보이던데요, 한다.
예에 그건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보니 내가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잘 안 다니니 그렇지요 했다.

그가 나보다 걸음이 빠리니 일행과 추월해 나가며 옥수수 잘 먹었어요 한다, 그래요 잘 드셨다니 고맙지요 하는 사이에 그들은 완전히 앞서가면서 옥수수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며칠 전에 옥수수를 쪄서 따끈한 걸 가져다주셔서 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면서 이미 먹어버린 옥수수이야기가 공원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좀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며 걷는데 이야기가 옥수수를 지금 먹고 있으며 그 맛을 이야기하듯 한다.
그날 옥수수 배달을 가도 없던데, 딸만 있고 이실장이나 송사장은 없어서 못 보았는데 그날 그때는 아침 일찍이라 사무실에 있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오전 11시 30분경에는 청평역에 나가 있었다.
갑장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몇 명이 오는지도 모르고 나가 기다렸다.
내렸다고 전화가 와서 1번 출구로 나와 나 기다리고 있어 하니 알았다고 하더니 회장이 먼저 나왔다.
몇 명이야 하니 다섯 명이란다.
순간 그러면 나까지 6명 네 어쩌지 생각하는데 그래 뒤에 4명이 타면 되지 생각했다.
회장인 친구는 앞자리에 타고 뒤자리에 체구가 적은 여자친구들이 자리를 잡으니 그런대로 괜찮다.

차에 타길래 센터에 가서 옥수수를 먹고 밭으로 가서 옥수수 따 가지고 가면 어때 하니 일단 밥을 먹자고 한다.
아침 일찍 오느라 아침을 안 먹었다는데 그 시간이 일찍인지는 각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르니 뭔 소리 시간이 이런데 하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가 요즘의 일찍이란 말의 개념이고 부지런에 대한 개념이다.
그 이야기는 정말 이제는 정답이 없는 말이 되었다.
농경사회에는 부지런함이 일찍이 분명하게 선이 그어져 있었다.
사회 구조가 다양화되고 노동의 성격이나 근무 시간의 다양화는 일찍과 부지런함이란 말에 일종의 테러 혹은 족새를 채우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친구들에게 주려고 가마솥처럼 큰솥에 옥수수를 찐 것을 솥째 차에다 싣고 갔던 것이다. 뭔 내 생각에는 낭만 좀 있어 보이려고 그랬다.
그런데 밥을 먼저 먹자하니 그렇수밖에 없는 거라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식당은 우리 고장 맛집 1호라고 해야 할 청하가든으로 갔다.
손님이 오시면 대접이 무난한 곳이다.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대체로 매우 만족하는 식당이다.
동절기에는 잣 만둣국 하절기에는 메밀 막국수로 많이 알려진 맛집이다.

물론 잘 아는 집이다.
그러니 맛있게 식사를 하고 주인장에게 옥수수 줄까요 하니 좋단다.
그래서 차 트렁크를 열고 솥뚜껑을 여니 야 하고 환호성이 터진다.
처음에는 두 개만 주세요 하더니 솥 안에 옥수수를 보더니 우리 하나씩 먹게 8개 가져갈게요 한다.
뭐 나쁠 거 없다.
한솥 가득인데 하는 생각에 그러세요 하니 뜨거워 뜨거워하면서 봉지에 담아 갔다.
결국 개시는 서울서 온친구가 아니라 동네 식당 사장님이 먼저 했다.

점심을 먹고 밭으로 갔다.
물과 장갑이 준비가 안 돼 한 친구와 사러 갔다 왔더니 이 친구들 시원한 그늘막 하우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옥수수 밭으로 가서 옥수수를 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생각했다.
옥수수를 딸 줄은 아나, 아니 다 따먹은 옥수수 밭 속으로 들어가면 어떡해 안 딴 곳으로 가야지, 그렇지 다 따 먹은 옥수수 밭에 가사 찌꺼기 남은 것을 따고 있으니 그냥 웃음만 나왔다.

안 딴 줄로 안내를 하니 신나게들 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어설프고 본인들도 즐겁기는 한데 생각대로 안되고 작업이 많이 더디다.
그 개로 두었다가는 옥수수밭에서 튀겨질세라 내가 쭉쭉 나가면서 땄다.
그런데 옥수수를 보더니, 더군다나 쪄간 것을 먹어보더니 속된 말로 환장들을 한다.
이거 많이 따가도 돼,를 연발하며 옥수수 밭에서 서로 간에 누가 많이 따나 경쟁이 붙었다.
그래 많이 따서 가져가라, 가서 손주들 많이 쪄 줘라, 낭만이 따로 있냐 이런 게 낭만이지 행복이 별거더냐 이런 게 행복이지 생각하며 그래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을 만큼 따서 가져가라 어차피 팔생각으로 지은 농사 이 니니 가져다 맛있게만 먹어라 생각했다.

여자들 욕심 알아줘야 한다.
정말 많이들 가져가겠다고 덤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부피가 많아지니 다 까서 가져가라고 했다.
준비해 온 가방에 담기를 시작하는데 정말 많이들 담는다.
적게 담은 건 홍일점인 친구이다.

그는 30자루 정도 되는 거 같고, 그다음이 40개 정도 그리고 세 친구는 막상 막하다.
아마 적게 잡아도 50개 이상은 챙긴 거 같다.
한 군데 담아 못 드니 결국은 두 군데로 나누어 담아 가지고 갔다.
물론 전철역까지는 데려다주었다.

밭에서 작업이 끝나니 시원한 곳으로 가잔다.
카페로 가기는 그렇고 나를 보러 온 목적도 있고 하여 센터로 가자하니 좋다고 한다.
그래서 애터미 청평 행복센터로 왔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커피도 한잔하고 이것저것 시식도 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도 안 간다. 그래서 안 갈 거야 하니, 왜 너 바쁘니 그래서 빨리 보내려 하는 거야, 우리 시간 많아하는 것이다.

이거야 원, 내가 어머니 때문에 또는 할 일 때문에 빨리 간다면 막아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날 보러 온 사람들 빨리리 보내고 싶겠는가 붙들고 저녁이라도 먹여 보내면 나도 좋지 이런 생각인데 그래도 피곤덜도 해 보이고 센터에서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애터미 이야기는 안 하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친구들에게 불러 놓고 애터미 이야기한다는 것이 개중에는 재 뭐야 이럴 수도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아니다, 야 애터미 물건 좋아 온 김에 좀 가져갈 게 있어하면서 이야기 물꼬를 터주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 말하는 물건들을 챙겨주고 자연스레 애터미 이야기를 하니 세 친구는 지지난해에 왔을 때 가입을 했다.
확인을 해보니 그래도 신랑 친구들이라고 코드 죽이지 않고 다 살려놓고 있었고 확인차 계보도를 확인해 보니 아래로 회원도 많이 달려 있고 머리에 올린 pv는 물론 올라온 공유 pv가 제법 있다.

그런 걸 보더니 궁금증이 생기는가 보다.
이것저것 물어보며 급 관심을 갖는다.
ㄱ래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니 야, 그러면 절말 그렇게 하면 돈이 생기는 거야 한다.
그 물음에 그럼 그렇게 하면 돈이 생기지, 열심히 제품 쓰고 계보도를 키우다 보면 수당이 나오지, 비전을 보고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노후대책이 되겠구나 할걸 그러면서 내게 감사하다 할 거야.

한 친구는 고무가 되어 있었다.
왜 같은 날 가입을 했는데 저 친구는 저렇게 pv가 쌓여 있고 나는 적은 거야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긍정에너지가 솟구치려 하는 거 같은 그런 예감이 든다.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애터미 가입하는 데 돈 안 들어갔지?
본인이 가입시킨 사람 없지?
그런데 사람 많이 달려 있지, pv 쌓여있지
회원권도 일정기간 쇼핑이 없으면 자동 탈퇴 도는데 그것도 내가 다 살려 놓고 있지, 여기까지 이야기했다.
글로벌 원서버로 바이너리 무한단계라 무조건 꾸준하게 하면 되는 거야, 상한제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자신이 1번 사업자나 마찬가지야, 또한 대중명품을 지향하는 회사라 제품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은 세계 최고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야 하는 등등 이야기는 안 했다.
왜냐 하면 본인이 언젠가 관심이 있으면 복이 있으면 할 테니까 하는 생각이다.

오늘 징조란 단어를 써 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5시가 다 되어 간다.
청소차가 왔다 가는 소리가 난다.
그런 이 시간에 왜, 뭔 징조가 느껴지기에 잠을 안 자고 완전 날밤을 새는 것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알 것도 같으나 모르겠다.
나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이 기운이 과연 어떤 징조인가?
나쁜 거, 좋은 거, 잘 모르겠다.
분명하게 느낀 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었고 거기에 몸이 반응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몸이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징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느낌이 무엇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지를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 생각할 때 위기에 강한 사람이다.
나의 성장은 늘 위기에서 시작되었다.
그 위기에서 시작된 모멘텀은 늘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결국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거나 한 단계 올라서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도 과연 그런가 하는 생각에선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이제는 아니야 아닐 거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밤 아니 오늘 이른 새벽에 나가서 쓰레기 정리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건 책상이나 잠자리에서 느끼는 마냥 패배주의적 사고가 아니었음을 느끼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번 의 기회는 아니, 그 이상의 기회는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일말의 의미를 품은 기운이 감도는 걸 느꼈다.
그게 어제저녁, 아니 이제는 그제인가 그끄제 저녁에 쓰레기 정리 작업 중 작은 나무 박스를 부셔서 봉투에 담는 과정에서 새끼손가락에 얻은 못 찔림이 있었다.
그게 성나서 어제저녁때 병원에 찾아가서 난생처음 파상풍 주사에 뭔가 또 하나의 주사, 그리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을 다녀왔다.

못 찔림 현상이 뭔가를 일깨웠나 하는 생각도 했다.
피가 제법 나와서 성이 나지는 않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두운 데서 찔린 것이라 자세히 볼 생각도 안 했다.
내가 찔린 못이 타카 못으로 안다.
타카 못에 한두 번 찔려본 것도 아닌데 이번에 그 못은 나의 나태함을 꾸짖어 깨우는 그런 임무를 부여받고 때를 기다린 거였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쩌면 이런 기운은 이미 봄부터 여름부터 시작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일으켜 세우려 하는데 그걸 모르고 축 처지는 나태함으로 자신을 함몰시키는 게 안타까워서 정신 차려라 하는 그런 거였나, 옥수수를 심으며 망치를 놓쳐 흔히 말하는 조인트도 까고 했는데, 그러함에도 옥수수의 풍성함을 안겨주었으면 눈치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나,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이미 좋은 기운이, 다시없는 좋은 기운이 다시 내게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런데 정신 못 차리리 제대로 정신 차리라고 그 잘 자는 밤잠까지 빼앗아 갔는가 보다.
그래 그렇다면 다시 한번 해보는 거다.
오늘의 이 느낌 이 기분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좋은 기운이라 생각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만 하지 말고 정말 좋은 일을 꾸며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매사의 성공은 자신에서 온다.
자신 만만하게 인생을 댓쉬 하자.
정말 중요한 골은 인생을 바꾸는 운명의 골은, 연장전도 다 끝나갈 무렵에 실망하기에 딱 알맞은 그 시기에도,
실망보다는 마음속에 희망을 끝까지 붙들고 죽어라 뛰는 팀에 돌아가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2025/08/08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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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셨네요.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