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 와요.
며칠 전 초교 동창 친구들 모임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달에 가는 여행에 현수막을 하나 만들까 하는데 배경으로 넣을 사진이 마땅한 게 없다며 혹시 동창들 모였을 때 찍은 사진 있으면 보내달라는 부탁의 전화다.
알았다고 하니 안부도 묻고 여행 같이 가는 거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해서 못가, 갈 수가 없어했다.
그래, 그래도 한번 시간을 만들어봐 하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1박 2일 여행이지만 준비는 허절기 모임 때 의견을 모아 진행했던 것이고 회비도 다 지불된 상태다. 당시 분위기를 깰까 염려가 되어 참석은 못하더라도 나 참석 못해 이런 말은 안 하고 그냥 여행 경비를 완납한 거 같다.
물론 못 가면 그냥 찬조한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사실 가겠다는 생각은 아예 해본 적이 없다.
뭐 올해만 날인가 하는 생각이 있으니 그랬다.
그런데 어제인가 점심 식사를 하는데 회장인 친구가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여행에 못 간다 했다면서 형편은 알지만 그래도 같이 가자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형제들에게 부탁하면 안 되겠나 하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참 거시기 했다.
그런데 통화가 끝난 뒤 이국장에게 석수 친구야 라며 통화 한 내용을 이야기를 하니 이국장은 왜 못 간다고 해요, 갔다 와요 한다.
이국장 말이 이제 친구들하고 여행을 해야 얼마나 몇 번이나 하겠어요, 내가 어머니를 보던 동생들에게 오라 하던 할 테니 갔다 오라는 것이다.
이국장의 말인즉 너무 어머니에게 매몰되면 오히려 건강에도 안 좋으니 갔다 오라는 것이다.
이젠 나이가 있어 친구들 만나면 얼마나 더 만날 거 같냐며 보자고 할 때 만나자고 할 때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에 군대 동기들 모임으로 공주를 다녀왔는데 또 간다는 게 좀 그렇다.
그때도 부부동반 모임이나 나 혼자서 다녀왔다.
다녀오고 보니 계속 나를 찾으시고 시무룩하게 지내셨단 말을 들으니 이번 동창들 여행은 갔다 올까 하는 생각을 아예 하지를 못했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때도 다녀와서 친구들이 어머니 드시라고 이런 걸 다 보냈다며 이거 드셔 보셔요,라고 하며 이건 누가 보내고 저건 누구 하면서 친구들 이름을 나열하면서 친구들이 어머니 건강하시라고 보낸 거예요 라며 아들이 많이 보고 싶으셨어요, 이제 왔으니 마음 푸세요,라며 재롱을 떨었다.
내친김에 엄마는 아들이 그렇게 좋아요 엄만 아들보다 며느리를 더 좋아하시잖아요, 며느리 하고 있으니 더 좋았지요 하니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란다.
왜요! 하고 물으니 어머니는 그러신다.
아무리 며느리가 좋아도 며느리를 고생시키는 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미안해하실 거 없어요라고 말씀드려도 아니야 며느리는 너무 고생이 많아 그러니 미안하지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엄마는 며느리가 더 좋다면서 왜 나하고만 있으려 해요, 아들에게는 미안하지 않으세요 했더니 아들은 미안하지 않지, 네가 내가 좋아서 있는 거지, 내가 싫어봐라 붙들어 놔도 옆에 있나 도망가지 그러니 아들은 안 미안하고 며느리는 고생시켜서 미안한 거야 하시며 웃으시는데 천상 엄마는 우리 엄마가 맞는 거 같다.
한마디 더하면 어제 일이다.
식사를 영 못하시니 육회라도 드시면 나을까 싶어서 근처 정육점에 들려 육회를 사 왔다.
물론 육회도 싫다고는 하셨다.
그렇지만 그거라도 좀 드시면 좋겠다 싶었다.
하여 육회 소스에 비면서 드렸다.
그러나 두 젓가락 드시더니 나 이제 그만 먹어하시는 것이다.
배가 불러 못 드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럼 이거 어떡해요 비싼 소고기 육회예요 하니 그게 비싸봤자 얼마나 비싸겠니 내가 더 비싸지 하시는 것이다.
하여, 한바탕 웃으며 맞아요 엄마가 얼마나 비싼대요, 우리 집 보물인데요.
그래서 내가 밤에도 매일 지키는 거예요.
누가 와서 엄마 업어가면 어떡해요, 어머니는 아주 비싼 보물이에요, 라며 웃으니 업어가긴 누가 업어가 업어갈 사람 아무도 없다시며 그래도 싫지 않은 듯 따라 웃으신다.
어머니는 우리 집 보물이 맞다.
특히 내게는 더욱 그렇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은 대부분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내게 어머니는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엄마이며 큰 스승님이신 것이다.
그런 어머니인데 또 하룻저녁을 나가서 자고 오라는 아내, 혹시 이국장에 '갔다, 와요' 이 말속에는 어머니를 독차지하려는 음모가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음모는 알아도 모른 척 갔다 오는 게 남편의 도리 자식의 도리가 아닌가 싶기는 하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거 같다는 생각이 먼산 너머에서 가을 하늘에 흰구름 피어 올리는 것처럼 내 가슴속에서도 슬쩍슬쩍 올라오는 게 있다.
감사합니다.
2025/10/25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jsdns, I was immediately drawn into your beautifully written story! The dilemma you face between caring for your mother and accepting the invitation to travel with your childhood friends is incredibly relatable. I love how you weave in the humor and the deep love you have for your mother.
The image of your mother saying "내가 더 비싸지" ("I am more expensive") is just priceless! It truly captures the special bond you share. The support and encouragement from your friends and wife highlight the importance of those connections as well.
This is a wonderful reflection on family, friendship, and the delicate balance of life's priorities.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heartfelt and touching story. I think many Steemians will find resonance in your words. Have you considered accepting your friends' invitation? It sounds like it could be just what you (and your mother)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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