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부처스 크로싱(존 윌리엄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김승욱 역)를 너무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을 집어 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꽤 실망했다.
작품이 별로라서?
No, 번역이 엉망이라서.
‘……. 야영지에서 몇 걸음 걸어 나가, 필요한 사냥감의 위치만큼 내린 어깨에 개머리판을 대충 댔다.’ (p253)
‘마차 때문에 흙이 닳아진 쌍둥이 바퀴 자국 위를 밀러 옆에서 걸었다.’ (p282)
필요한 사냥감의 위치만큼 내린…..
이게 무슨 뜻인가 한참 생각했다.
내가 문해력이 떨어지나?
쌍둥이 바퀴 자국?
두줄로 나란한 마차 바퀴를 말하는 거 같은데…..
이런 식의 직역이 너무 많아 읽다 말고 한참 뜻을 파악하느라 주춤거렸다. 신나는 ‘들소 사냥’이라는 모험을 다룬 소설인데.
Butcher’s Crossing은 지명이다.
옛날 서부 영화에 나오는 허름한 동네를 상상하면 된다. 인디언이나 현상수배범이 아닌 들소 사냥꾼들이 모여 드는 오지.
술집이 있고 창녀가 있으며 거친 사냥꾼들과 짐승 가죽 장삿꾼이 있는 마을.
이곳에 앤드루스라는 하버드 3학년생이 인생의 색다른 경험을 하려고 왔다. 가져온 돈을 자본으로 전문 들소 사냥꾼 밀러와 찰리 호지 그리고 가죽 벗기는 사람 슈나이더와 함께 두 달을 기획하고 들소를 추적한다.
그러나 들소에게 가는 길은 물이 없는 초지이거나 강과 산이 가로 막았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했더니 엄청난 숫자의 물소들의 천국이다. 이들은 미친듯이 물소를 사냥하고 가죽을 벗겨 쌓았다.
밀러의 욕심이 과했다.
생각지 않게 골짜기에 눈보라가 날렸고 이들은 얼어죽지 않으려고 별짓을 다 했다.
거의 미쳐갈 무렵 봄볕에 눈이 녹았고 이들은 서둘러 소가 끄는 마차에 가죽을 잔뜩 싣고 돌아간다.
그러나 강을 건너다 슈나이더가 사고를 당해 떠 내려갔고 가죽과 마차도 휩쓸려가버린다.
그래도 골짜기에 놔두고 온 질 좋은 가죽이 3천장은 있으니까 괜찮아.
부처스 크로싱에 돌아 온 셋 앞에 마을은 이상하다.
사람들이 별로 없고 기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가죽 매매상 맥도널드가 한 말이 가장 충격적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들소 가죽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1달러짜리 가죽이 1센트에도 안팔린다는 것.
충격에 빠진 밀러는 맥도널드에 분노하며 그의 창고에 불을 지르며 찰리 호지를 데리고 떠나 버린다.
우리의 주인공 앤드루스도 진한 경험 끝에 이곳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들소 무리를 찾아 갖은 고생을 하는 여정, 들소를 사냥하고 가죽을 벗기는 장면, 배고픔과 불안에 서로 갈등하는 모습, 산맥의 골짜기를 그득 채운 눈더미.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내용인데 너무나 뻣뻣한 번역은 읽는 맛과 상상을 막아버렸다.
오죽하면 원문이 어떤지 한번 보고픈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 면에서 [스토너]의 김승욱 번역가가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존 윌리엄스 / 정세윤 역 / 구픽 / 2023(원1960)/ 16,800 /장편소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옮긴이가 읽는 재미를 막아 버렸군요 !!!
솔직히 읽는 내내 짜증이 많이 났어요.
제 5 회 스팀잇 포스팅 큐레이션 이벤트 참여자 글 - 2025-06-22
https://www.steemit.com/@talkit/-5----------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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