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독서중, 지독]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가르시아 마르케스)

in #zzan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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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이런 책은 어떻게 알았느냐 물으신다면
백가흠이라는 소설가가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라는 수필집에서 소개했기에 적어 놨던 거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라 하면 [백년의 고독]으로
기억되는 대문호 아닌가.
그런데 대놓고 '창녀'라니.

읽어보니 사창가에 자주 다녔단다.
그것도 친구들과 사교 모임을 거기서
가졌다고 한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정열적이라는 건
느낌으로 알겠다.
그래도 친구들과 유곽에 가서 밤을 세우며
토론하고 마시고 즐겼다니.... 흠, 넘사벽.

어쨌거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제 아흔 살 생일을 맞은 노인이다.
그는 자기를 위한 선물로 '순결'한 소녀와 하룻밤을 보내겠다는 계획하에 오랜 세월 알고 지내던 늙은 여자 포주에게 연락한다.
그러면서 '나는 이십 대부터 상대의 나이와 이름, 장소, 그리고 사랑을 나누게 된 상황과 사랑의 스타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십 줄에 들어 설 때까지 한번 이상 잠을 잔 여자는 총 514명이었다.' (p20)라며 한번도 돈을 안 낸 적이 없다고 밝힌다. 심지어 창녀들 때문에 결혼을 못했다고 했다.

노인이 만난 소녀는 단추공장에 다니며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이제 열네 살의 글자도 모르는 아이다. 포주는 소녀의 긴장을 가라앉히려 약초즙을 먹여 잠을 재웠고 노인은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노인이 한 행동은 그녀의 온 몸에 키스하며 오래된 시를 읽어주고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그녀의 육체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손가락만큼이나 길고 감각적인 발가락을 가진, 비밀스럽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커다란 발이었다.' (p39)

아흔 살 노인은 이제야 사랑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일요 신문에 그가 고정으로 기고하는 컬럼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고 사람들은 그의 컬럼을 연애편지 대용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포주의 사업장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그 옆방에 있던 소녀가 발각되는 바람에 미성년자 성매매 건으로 포주가 잡혀 들어가게 됐다. 교활한 포주는 소녀의 순결을 경찰에게 바치고 구속을 면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노인은 화가 나서 길길이 날 뛰다가 제풀에 기가 꺾여 다시 아흔 살의 노인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럼에도 그는 델가디나(노인이 자기 맘대로 붙인 소녀의 이름)을 포기할 수 없다. 일년 만에 다시 만난 포주에게 그 사창가를 자기가 사겠다고 하니 포주는 자기도 여자애를 딸처럼 여긴다며 둘 중 나중까지 살아 남는 사람이 둘의 재산 가지자고 한다.

노인은 혼자 죽기 보다는 전재산을 다 주더라도 좋아하는 창녀와 함께 하는 삶을 택하기로 한다.

내용은 단순하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한 송병선에 따르면 마르케스의 작품은 현재 쓰지 않는 고어와 콜롬비아 본토 안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로 작품을 쓰기 때문에 번역이 쉽지 않다고 한다.
아울러 이 책은 마르케스가 1982년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7시간의 비행기 안에서 잠자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며 착안했다고 한다. 2005년에 정식 출간되기 전에 해적판이 나돌아 마르케스가 부랴부랴 책의 한 글자를 고쳤는데, 번역가 말로는 딱 한 단어였다고.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최고봉인 마르케스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백년의 고독]에서 잘 보여주었다.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사랑꾼이었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2014년에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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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설정이 좀 오바스럽긴 하네요.
하지만, 사랑의 힘은 나이와 상황을 뛰어 넘는다 정도로 이해가 가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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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룻랑 고추 잘 먹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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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더 필요허시면 말씀해 주새요. ㅎㅎ

콜롬비아 대문호 마르케스가 이런 작품도 썼군요. 저도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야 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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