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시간들...

in #zzan3 days ago

설마 이걸 다 드실까 했다.
그런데 다 드신다.
나는 놀랍기도 하고 좋기도 하여 손뼉을 치며 좋아 했다.
어머니의 식사량이 요즘 많이 늘었다.
그걸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어제는 피부로 느끼는 게 아니라 아예 놀래 버렸다.

아내가 소고기를 사다 다져 죽을 쑤었다.
된장국을 맛있다며 밥하고 잘 드시기는 하는데 그래도 뭔가 아쉬움 혹은 밥만 드시는 것보다 죽도 한 끼 정도 드리면 좋겠다 싶어 쑤었던 거 같다.
애터미 비즈니스 혹은 교육으로 자주 나가니 내가 어머니 식사를 챙겨놓고 나가야 하니 죽을 쑤었기도 한 거 같다.
그런데 된장국에 밥도 그렇지만 죽에 푹 빠지셨다.

콩죽에도 그렇게 환호하시더니 소고기 다져 끓인 죽에도 원더풀을 외치시는듯하게 드신다.
어제도 그렇다.
점심으로 죽을 드렸다.
이 정도면 적은 양이 아니지 싶게 드렸다.
그러나 다 드시고 아쉬운 표정을 보여 더 드릴까요 하니 더 달라하신다.
하여 더 가져다 드렸다.
다 드신 후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으신다.

그런데 저녁에 환호성이 터졌다.
7시가 되니 애야 우리 저녁 먹자, 하신다.
교육 간 아내가 들어오면 먹죠 하니 어머니 말씀이 걸짝이다.
여자가 밖에 일 보러 나갔다 들어와서,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리고 있는 가족 저녁 차려주려면 그거 얼마나 귀찮은지 아니
피곤할 텐데 저녁 차려주려면 그거 아주 피곤한 거다.
그러니 우리 먼저 먹자, 하신다.

그래서 뭘 드릴까요 하나 낮에 먹던 죽을 달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한마디 얹으시는데 많이 줘라 하신다.
웃으며 네 하고는 정말 많이 드렸다.
대접에 담다 보니 남기기도 그렇고 해서 다 담았다.
솔직히 담으면서 이걸 다 드시겠어 내가 좀 먹지 하였다.

그런데 웬걸 그걸 다 드신다.
저녁때 참도 드셨기에 배는 안 고픈데라며 시작한 수저 운동이 아주 경쾌하다.
그리고는 속된 말로 국물 하나 없이 다 드셨다.

일단 박수를 쳐 드렸다.
우리 엄마 최고라며 박수를 쳐 드리고 뒷정리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마디 더 하신다.
그 말씀이 걸작이다.

옆방에만 가려해도 안 가면 안 되니 라며 나를 붙들어 놓고 사시는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애야 지금 몇 시니, 얘가 올 때가 거의 다 되어 가지 하신다.
하여, 예! 이삼십 분 있으면 도착 할거 같은데요 하니 나가보란다.
이렇게 해 넘어가 어두워질 때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나가서 기다려 주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아니
설령 본인은 안 좋아할지라도 남보기에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아니
그만큼 대접받고 산다는 걸 남들이 알면 남들도 그렇게 대접하는 거란다, 그러니 나가서 기다려라 하신다.

그래서 예라고 대답을 하고 나왔다.
길가에 나와서 센타장님 차가 오나 살펴보며 기다렸다.
그 차로 여러분이 갔기에 그렇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30여분 기다리니 차가 왔다.
여러 명이 내린다.
어머니 말씀대로 그런 분위기다.
하여 다들 헤어져 간 뒤에 아내에게 오늘 어머니의 말씀과 행동을 일러 바치듯 이야기 하며
시집은 당신이 왔는데 시집살이는 내가 하는 거 같아, 하니 정말 그러네 하고 는 웃는다.
정말 우리 어머니 못 말리는 어머니다.

오늘은 둘째 동생 내외가 왔다.
오늘 쉬는 토요일이라 왔다고 한다.
마침 다음 주말이 동생 생일이다.
그러니 그냥 있으실 어머니가 아니다.
슬며시 아내에게 봉투를 준비하라고 말씀을 하달하신다.
금일봉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다.

준비된 금일봉을 받으시고는 동생에게 애야 이리 와라, 하시더니 네 생일이 얼마 안 남았지, 생일에 맛난 거 사 먹어라 하시며 동생에게 봉투를 건네신다.
그렇게 하고 싶으신 어머니 그렇게 하시니 좋으신가 보다.
90이 넘어서도 아들 생일 챙겨주시는 어머니, 제발 일어나실 수만 있다면 좋겠다.
요즘은 마음으로는 일어서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지 일으켜 세워 달라지는데 이럴 때면 내 마음은 더욱 안타깝다.

오늘 점심은 자장면으로 동생네 내외해서 다섯이서 먹었다.
어머니도 아주 맛있게 드신다.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아내가 웃으며, 며느리가 밥을 조금 줘서 며느리 집에 없을 때 많이 먹었다, 라며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 속에 아무래도 진담이 들어 있는 거 같은데요라며 웃는다.
그 말에 우리 모두 같이 웃는다.
어머니가 요즘 정말 잘 드신다.
그런데 이런 모습도 한편 은근히 걱정이 된다.
설명하기 어려워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거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이 머리 한끝에 있다.
그냥 그런 생각이 기우 이기를 바라며 어머니 사랑해요,라는 말을 삼키며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점점 어린아이처럼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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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your heartwarming story about your mother is truly touching! It's wonderful to read about her increased appetite and the joy she finds in simple things like the beef porridge your wife made. The anecdote about her eagerness for dinner and her insightful advice on the importance of "being seen" to care for family is both funny and wise.

It's beautiful how you capture her evolving personality and the family's loving reactions. The final thought about your worry amidst her good appetite is something many can relate to. This post beautifully encapsulates the bittersweet reality of aging parents.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relatable story. Readers, share your thoughts and experiences with aging loved ones in the comments be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