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파랑새가 되어 보자.

in #zzan22 hou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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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두 시간 이상 걸었다.
그래 그런가
아니면 아침을 배불리 먹어서 그런가 졸음이 온다.
아침 식사를 마치신 어머니에게 약을 드리려 어머니 옆에 앉았다.
약 드시길 싫어하시니 약을 드시게 하려면 어린아이 달래듯 하여 드시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다.
아이는 무조건 달래는 게 최고이듯 어린아이 같은 어머니도 다르지 않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달래서 어머니 약을 드시게 하는 데 성공했다. 약을 드사고 난 후 안약을 넣어 드려야 한다.
그런데 안약은 하나 넣고 나면 5분을 기다렸다가 또 넣어야 한다.
그러니 어머니 옆에서 기다리는데 졸음이 밀려온다.
생각해 보니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거 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3시쯤 잠이 든 거 같다.
그래 그런가 같다.

졸리네요, 라며 어머니 옆에서 동화를 틀어드리는데 한 말씀하신다.
에미 나가기 전에는 눕지 말아라.
남자고 여자고 일 보러 나가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이 나가기 전에 눕는 거 아니다, 눕고 싶어도 에미 나 가거든 누워 한잠 자라 하신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웃음이 하하 하 하고 나온다.
어머니 저 머리 영색약 발라서 눕지도 못해요라고 했다.
누워계셔도 어머니는 정치는 다하고 계시다.
당신의 며느리 위신 세우는 일이라면 아픈 것도 잊으시는 가 보다.

잠시 후에 이국장이 출금을 한다며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하기에 여보 잠깐, 하고는 어머니가 내 졸리다 하니 당신 출근한 뒤에 누워도 누워라 하시던데 하니 크게 하하하 하고 웃는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그렇지만 아침 식사도 별로 못하셨다.
억지로 드시게 할 수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식사를 그렇게 못하시면 어떻게 해요, 말씀드려도 모르쇠 하신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오현스님이 돌아가실 때 곡기를 당신의 의지대로 끊고 돌나 가셨다는데 혹시 어머니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노인분들 곡기 끊고 며칠 만에 돌아가셨네 하는 이야기가 건성으로 들렸는데 혹시 어머니가 뭔가 마음을 하는 생각이 들어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동안은 노인 분들이 곡기를 끊는다는 게 그냥 자연 현상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알았다.
다른 때는 그런 말이 그냥 예사로 들렸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오현스님 말씀을 듣고는 스스로 마음먹고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그렇다.
이대로도 감사하니 오래 머무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 별거 아니란 생각이다.
부모님 편히 보내 드리고 나면 우리 차례지 싶고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하고 싶은 게 많으나 그 무엇보다 어머니가 우선이지 싶다가도 이렇게 세월 가네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도 얼마 안 남았지 인생 참 무상하다, 뭔가 하려는 것보다 벌려 놓은 거라도 정리나 마무리 잘하는 게 좋은 거다 싶기도 하다.

인생 정답이 없는 구도자의 길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찾으려는 정답은 결국 파랑새 찾기가 아닌가 싶다.
어머니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아들만 옆에 있으면 마음이 노이는 어머니 지금 보면 내가 어머니의 파랑새인 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거 같다.
오늘이 시작되는 모습, 그래 오늘도 어머니의 파랑새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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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this is such a heartwarming and relatable slice of life! The way you describe your interactions with your mother, from coaxing her to take her medicine to her subtle wisdom about respecting those who are working, it's all so touching and real. The image of you being her "파랑새" (bluebird) is beautiful and paints a vivid picture of the love and care you share.

It's a poignant reflection on aging, family, and the simple yet profound connections we have. I especially appreciate your honesty about confronting mortality and shifting priorities. Thank you for sharing this personal and meaningful story. It's posts like these that make Steemit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