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할때가 좋아
어머니 점심을 챙겨 드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옛날이 좋았다며 젊었을 때를 회상하신다.
인근네가 잘해 줬다며 지금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고마운 건 오래가는 것이다.
먹을 게 없고 뱃속에 아이 떼마 꼼짝 못 하고 있을 때 시경을 꺾어다 줘서 맛있게 먹었는데 고기도 그 집에서 세 점 줘서 먹어봤는데 너무나 고마웠다고 하신다.
집안 누군가 생일인데 아마도 시어머니 생신이셨던 거 같다. 그러니까 내게는 할머니 시다.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고모님이 생신이라고 고기를 사 오셔서 고기 맛 좀 보실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리를 하는데 고춧가루를 자꾸 넣으라 하시어 너무 맵다 하니 그래도 더 놓으라며 하는 통에 결국은 어머니는 너무 매워서 못 드셨다고 한다.
아니 차례가 오지도 않았다고 하신다.
입덧으로 그렇게 고기가 먹고 싶어도 먹어보란 이야기도 없이 다 드시니 서운했는데 옆집 인근네 어머니가 돼지고기 세 점을 줘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누가 뱃속에 있을 때요 하니 웃으시면서 누구야 큰아들이지 하신다.
결국은 그 고기 세 점 내가 먹은 거나 다름없구나 싶었다.
오늘은 이야기를 좀 하시니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다리가 굳는 거 같다고 하신다.
매일 누워만 계시니 그럴 수밖에 없지 싶은데 그래도 안타깝다.
사실 다리가 굳는다는 말씀을 안 하셔도 다리를 보면 이제는 뼈만 남아있을 정도로 말라가신다.
사람이 이렇게도 말라 가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말라 가신다.
요양보호사님이나 이국장 이야기로는 어머니가 드시는 건 적게 드시는 건 아니라 하는데 살이 오르기는커녕 말라만 가니 나는 속이 편치 않다.
아무래도 유동식이 생명유지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살이 오르지는 않는 거 같다.
물론 밥도 좀 드려 보지만 사실 많이 드시는 거라 해도 어린아이들 밥 먹는 거 정도다.
하여 수시로 유제품을 챙겨드리는데도 점점 몸은 말라 가신다.
자연 현상으로 생로병사라지만 늙고 죽는다는 게 인간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고 꼭 겪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란 걸 나도 새삼 깨달아 간다.
사람은 반드시 늙고 죽는다.
그렇지만 젊어서는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산다.
사실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머니는 시간을 재촉하며 물으신다.
요양보호사가 올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를 알아보시는 거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그것만은 아들에게는 시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그러신다.
그런 어머니에게 내가 갈아 드릴게요 하면 아니야 좀 더 기다려봐 이러시니 선뜻 나서지도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늦는가 보다.
앞서 일하는 곳에서 늦으면 때로는 삼사십 분 늦게 오시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하필 이런 경우에 그럴 경우가 많다.
점심 식사 후 약도 드리고 비봉에서 사 온 샤인머스캣 포도를 드렸다. 맛있게 드신다.
워낙에 맛있는 포도이니 자주 몇 알씩 드린다.
특별히 시간 내어 가져온 포도다.
뭔가를 드리면 맛있게 드시면 드리는 나도 기분이 좋다.
그게 자식의 마음인 듯하다.
이제 편히 누워계시니 나도 마음이 놓인다.
늦는 경우는 무턱대고 기다리기보다는...
그나저나 날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도로 어두워지는 거 같다.
해님이 그립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this is such a touching and relatable glimpse into your daily life and relationship with your mother. The way you weave in her memories, particularly the story of the neighbor's kindness and the contrasting tale of the family birthday, really paints a vivid picture of her life and the enduring power of gratitude. It's heartwarming to see the care and attention you give her, especially with the Shine Muscat grapes – a small act that clearly brings so much joy.
The reflection on aging and the natural cycle of life is also very poignant. It reminds us to cherish these moments and appreciate the wisdom of our elders. Thanks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heartfelt story! I'm sure many can relate and find comfort in your words. 🙏 What are some other ways you find connection and joy in your daily interactions with your mom?
참 어렵게 사셨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