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꾀
어머니는 꾀는 참 재미있다.
며느리 앞에서는 나름 의연함 같은 것을 보이시면서 아들에게는 아니다.
투정을 넘어 때론 신경질도 내신다.
그렇지만 요양보호사님이 오시면 농담도하고 아주 나긋나긋해지신다.
언젠가 슬쩍 어머니에게 여쭈니 남의 식구 너무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며 내가 인상이나 쓰고 불편하게 하면 그 사람도 내게 잘하겠니 하시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다.
오전 내내 아들을 꼼짝 못 하게 붙들어 놓고 무뚝뚝한 이야기만 하시더니 요양보호사님이 오시니 반색을 하며 어제는 잘 놀러 갔다 왔냐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점심 드셨어요 하는 요양보호사님을 향해 우리 며느리가 밥을 조금 줘서 먹은 거 같지도 않아 배가 고마, 아무래도 아들이 며느리에게 밥을 쪼끔 주라고 그러는 거 같아, 하시고는 웃으신다.
몸은 불편해도 꾀는 멀쩡하시다.
장기나 바둑, 당구 같은 것에 심취하면 누워있어도 눈앞에서 바둑알이나 장기알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듯 누워계셔도 천지사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아는 사람처럼 주변 상황을 다 꿰고 계시다.
그러니 어머니를 이겨 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생각에는 정도가 있다.
무조건적인 꾀만 내는 것이 아니라 나름 어머니 생각에는 정도가 있다.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로서는 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아니 표정만 봐도 어머니가 왜 그러시는지를 거의 다 안다.
다만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을 뿐이고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장남이란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어머니와의 추억이나 함께한 기억들이 정말 많다.
어렸을 당시에는 밭에 가는 것도 싫고 김매는 것도 싫고 나무 그늘에 자리 깔아주고 놀라고 하는 것도 싫었다.
동무들과 개울에 가서 물장구치고 놀아야 하는데 어머니 따라 밭에 가는 일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밭에 가기 싫다고 투정도 부리고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가 이해가 된다.
어린것을 들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 일을 도와서가 아니고 그 작은 아이일망정 혼자 가는 것보다는 데리고 가면 마음이 든든하셨던 것이다.
잊고 지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내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늙어 꼼짝도 못 하고 계시니 안타깝기만 하다.
어머니가 뭔 꾀를 내던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자식들이 좀 불편한 기색이라도 내면 묘한 꾀를 내어서 요양원으로 가시겠다고 하시고도 남을 분이다.
그래서 나나 아내나 행동하나 말하나 조심히 되는 부분이 있다.
다행하게도 어머니가 치매는 아니니 좀 힘이 들더라도 불편하더라도 집에서 모실 생각이다. 실시간으로 아들을 찾아대는 어머니가 요양원 같은 곳으로 가신다면 가족을 특히 아들을 지금처럼 자주 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한다.
아침식사가 부실하여 콩죽을 서둘러 쑤어 참으로 드렸고 점심도 콩죽으로 드렸더니 맛있다며 잘 드셨다.
어머니를 잘 모시는 방법이 달리 있는 게 아니고 아닌 척하며 어머니의 꾀에 늘 넘어가는 척하는 것이다.
그 미묘한 선을 잘 그려가면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 거 같은 그런 선을 그려 가는 것이다.
2시가 되어 요양 보호사님이 오셨다.
어머니 저 퇴근하겠습니다, 하니 어디 가는데 하신다.
어디를 가기는요, 집으로 가지요, 옆방으로 퇴근합니다 하니 악수하고 가란다.
예! 악수하고 뽀뽀도 한번 해야지요 하니 뽀뽀는 안된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그런 모습을 보는 요양보호사님은 웃고 있다.
@steemzzang, I was deeply touched by your post! The way you describe your mother's cleverness and your understanding of her is so heartwarming. It's beautiful how you recognize her "꾀" (wit/trick) and navigate it with such love and patience.
The part about her interactions with the 요양보호사님 (caregiver) versus you is hilarious and relatable. It really highlights the complexities of family dynamics, especially when caring for an aging parent. Your reflections on your childhood memories and the understanding you've gained over time are truly poignant.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insightful glimpse into your life. This is the kind of storytelling that makes Steemit special. Anyone else relate to @steemzzang's experiences? Share your thoughts in the comments! Let's keep this heartfelt conversation going.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