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니...?
어디 갔니 찾으신단다.
옥수수 배달 갔다고 말씀드렸다, 한다.
다녀오니 아내가 말을 한다.
어머니 방으로 바로 향하니 다 다녀왔니 하신다.
예하고 대답을 하니 좋아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이제 다 땄지 하신다.
아뇨, 아직 많이 남았지요.
올해 심은 옥수수고 우리 예전에 10년 동안 심었던 옥수수보다 많다니까요 하니 그때는 뭐 얼마 나 심었나 하신다.
우리 땅이 없으니 심 궈 먹는 땅이 없었다.
참 암울한 시기였다.
그땐 미래에 대한 희망 한 가지로 삶을 지탱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심기 싫어 못 심는다.
올해는 점말 많이 심었다.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되면 그만이지 하는 심정으로 심었는데 기대이상으로 잘되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런데 그 만족스러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냥 넘쳐나니 인심도 후하다.
오늘은 옥수수 배달을 동네 부동산과 주간 보호센터에 했다.
우체국 택배로 한 군데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택배는 보내기는 해도 생물이라 조금 염려스럽다.
잘 가나 가다가 변질을 안되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어제도 한집 보냈고 오늘도 한집 보냈는데 영 찜찜하다.
배달 다녀왔다는 보고를 받으신 어머니는 잘했다고 환하게 웃으시더니 이내 깊은 잠에 드신 듯하다.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주무시는데 보기에도 좋다.
오늘 옥수수를 따보니 벌레가 옥수수를 먹고 있는 걸 여럿 보았다.
제법 크다.
이제 이놈들도 자기들 후선을 남기려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거 같다.
올해 농사를 지어보니 알겠다.
병충해 방제를 농촌진흥청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해충으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껏 지은 농사 그놈들이 차지하려고 덤비는 거 보면 얄밉다.
그래서 옥수수를 까다 벌레를 보면 땅에다 팽개치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빠른 속도로 내린다.
그러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생각대로 된다.
내년에는 병충해에 관해 잘 알아보고 제때 방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편히 주무시는 거 같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아차 싶다.
아침 식사 하시고 약을 안 드셨다.
어쩐지 잘 주무신다 했더니 약을 안 드시고 주무시는 척하는 듯하여 , 어머니 약 드셔야지요 하니 싫은데 마지못해 응하는 모습으로 내가 약 안 먹었니 하신다.
여하튼 어머니의 마음쓰임은 감사할 뿐이다.
팔면 돈인데 왜 남을 줘하는 말씀보다는 나눔 할 수 있으면 나눔 하는 게 좋은 거란다.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세상에 태어날 때 이런 어머니를 만난 건 행운이지 싶다.
어머니는 동화를 들으며 다시 잠을 청하신다.
편히 주무시면서 고운 꿈을 꾸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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