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랑 놀기

in #zzan4 days ago

어제부터 어머니 방에 에어컨을 틀었다.
계속해서 에어컨을 거부하시는데 더 이상은 아닌 듯하여 어머니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어머니의 지론은 이것이다.

늙은이가 누워있는데 냄새가 얼마나 나겠냐, 나도 싫은데 냄새나는걸 누가 좋아하겠냐며
에어컨을 거부하고 문다 활짝 열어 놓고 선풍기만 고집하셨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냄새가 나는 상황도 아니다.
어머니가 너무 앞서가는, 예를 들어 임신을 자꾸 생각하다 보면 거짓 임신도 할 수 있다고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고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단열이 잘된 집이라 해도 더 이상은 아니지 싶어 에어컨을 틀었다.
그랬더니 천국이 따로 없다.
어머니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그래도 자꾸 냄새가 난다며 환기를 시키자고 하시어 오늘 점심을 드신 후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런데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밖이 뜨겁기는 엄청 뜨거운가 보다.
난 문을 열어 놓으면 좀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 하시며 웃으신다.

라면으로 점심을 드셨다.
맛있게 드시다 그만 실수를 하셨다.
국물을 쏟았다.
앞치마를 했기에 어머니 옷은 괜찮은데 이불과 베개가 젖었다.
이불은 다른 거로 가져다 드리고 베개는 게르마늄 베개라 내용물을 쏟아 놓고 베개포를 빨았다.
베개를 그것만 고집하시니 빨리 빠는 게 답이었다.

진작 빨아 드려야지 했는데 아주 마침 잘됐다 싶었다.
얼른 빨아서 마른 수건에 감싸 밟아댄 다음 선풍기 위에 올려 널고 베갯속은 햇볕 좀 쬐이는 게 좋겠다 싶어
밖으로 나가서 뒤적여 가면서 태양풍을 쬐였다.
그리고 키질하듯 까불러서 먼지 좀 날려 보냈다.

베개포가 어지간히 말랐길래 베갯속을 넣어서 드렸다.
잘했다면 누구나 좋아한다.
우리 어머니도 그렇다.
아이가 다된 우리 어머니도 잘했어요라고 하면 좋아하신다.
하여, 그렇지 않아도 베개를 빨아드리려 했는데 잘하셨어요 하니 그러냐며 난 원래 잘하지 라며 웃으신다.
오늘도 이렇게 어머니와 소중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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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mzzang, This is such a heartwarming glimpse into your daily life with your mother! I love the gentle humor and patience you radiate in dealing with her concerns about the heat and... the imagined smell. 😂 It's beautiful how you navigated the situation with the air conditioning and the ramen incident. The image of you carefully washing and fluffing her beloved germanium pillow is so vivid and touching. It's the little acts of love, like acknowledging her with a "잘했어요," that truly resonate. This post is a beautiful reminder of the simple joys and deep connections we share with family. Thank you for sharing this slice of life! What a blessing to have such a precious connection. ❤️

칭찬이 약인데 그걸 잘 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