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부부가 왔다.

in #zzanyesterday

막내네가 왔다.
소식 없이 왔는데도 반갑다.
어머니를 뵙더니 걱정이 앞선다.
가래가 심하다고...

체온계로 체온을 재니 정상범주다.
그러나 숨결은 고르지 못하다.
이리저리 살피더니 여러 가지 않을 내며 이야기를 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전문가적 견해를 말한다.
막내 제수씨는 서울대 병원에 근무하는 수간호사이다.
그러니 여러 조언을 해준다.

막내 동생은 형과 누나들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상태가 위중하니 병원으로 모실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그대로 모실 것인지 의견을 모아 보자는 거 같다.
제수씨의 조언에 의하면 이러다 며칠 안 가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기에 그렇다.

어머니는 병원에 안 가신다고 하신다.
병원에 가면 다시 집에 못 오는데 왜 병원에 가냐, 병원에 가도 죽고 집에 있어도 죽는데 뭐가 문제냐, 난 병원 안 간다, 로 확고하시다.

내가 봐도 병원으로 모시자는 고집을 할 수가 없다.
일단 어머니가 거부하시고 또 내가 봐도 병원에 가시면 오히려 더 시달리다 돌아가실게 뻔하다.
병원에 간다고 나을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일단 연세가 있으시니 그렇다.
병원에 가시면 고생만 하다 돌아가실게 뻔하다.

막내 제수씨 의견도 병원에 가야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거 잘 안다고 한다.
한 달이냐 두 달이냐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건 있겠지만 별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형제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니 물어보고 결정하라고 의견을 낸다.

엊그제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시어 문상을 다녀왔다.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으로 모시니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차라리 그냥 집에 계셨으면 집에서 돌아가시기나 했지 하는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런 일에는 정답은 없다.
나는 그래서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치거나 해서 병원에 가는 거면 몰라도 어쩌면 자연 현상에 가까운 노환으로 병원으로 모시는 것도 본인은 극구 반대하는데 모시고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병원으로 모시는 게 본인에게 좋다면 나아진다면 백 번 천 번 모셔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그런 상황이 아니란 생각이다.

막내네 부부는 갔다.
점심 식서나 하고 가라니 길이 밀려 그냥 가야 한단다.
허긴 12시가 넘으면 올라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니 붙잡을 수도 없다.
냉동실에서 옥수수를 꺼내 주며 농사지은 거니 가서 쪄먹어 보라고 했다.
잘 가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랑 아내랑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 정말 병원 가기 싫으세요 하니 병원에 가도 죽을병이면 죽으니 그냥 내버려 둬라 하신다.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젯밤에는 편하게 주무시는 거 같기도 해서 안심을 했는데 아무래도 어머니랑 나랑은 이별 여행을 하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어머니랑 추억을 들추고 있고 어머니의 말처럼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저세상으로 가도 여한이 없다는 어머니, 그냥 자다 죽으면 그보다 큰 복이 어디 있니 하시는 어머니, 옥수수는 드셨으니 동지 팥죽도 드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밭에 가면 팥 포기를 보면서 우리 엄마 동지 팥죽 드시게 잘 좀 자라거라 하는 시선으로 보고 말도 걸어본다.

더 건강해지셨음 하는 욕심내지 않을 테니 이대로라도 오래도록 머물러 주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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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steemzzang, this is a deeply moving and relatable post. The raw honesty with which you describe your mother's situation and the family's delicate discussions resonates profoundly. It's a difficult crossroads, and you've articulated the complexities of elder care, familial responsibility, and respecting a loved one's wishes so beautifully.

The contrast between the medical expertise of your sister-in-law and your mother's firm stance is particularly poignant. Your reflection on the recent experience of a friend's mother further adds depth to the narrative.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thought-provoking piece. I am sure it will stimulate reflection and empathy in many readers. I hope you and your family find peace and strength during this challenging time.

어제 청평에 자전거 타고 갔었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청평에 가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발했습니다. 저녁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하고 기차타고 돌아왔습니다. 가는 길에 연락을 한번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화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급작스럽게 전화드리는 것이 부담이 되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오는 길이 찜찜하더군요.

어머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스쳐 지나 가셨군요.
전화 주시지요.
일부러 만나러 오시면 더욱 감사하구요.
오후에는 시간 낼수있습니다.

네 다음에 갈때는 연락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