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아...

in #zzan18 hours ago

좋다, 좋아 이 행복 언제까지 될지 모르나 좋다.
어머니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즐기시는 듯하다.
물론 어머니의 그 깊은 속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장가도 흘러나오고 아리랑도 흥얼 흥얼하시고 이야기도 절하신다.
반기지는 않으시나 식사를 거부하지 않으시고 하루 세 번 식사 후 드시는 약도
거절하지 않고 예쁘게 받아 드신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족히 행복하다.

어머니를 이기는 방법은 한 가지 있다.
어머니가 식사를 안 드시면 나도 안 먹는다고 버티는 것이고
약도 안 드시겠다고 하면 엄마보다 내 약이 더 많아요,라며 나도 이렇게 여러 개를 먹는데라며 내가 먹는 영양제나 건강보조 식품을 보여 드리며 엄마 약은 약도 아니에요 하는 것이다.

엄마 기준에는 밥 이외 것은 다 약이다.
그러니 내게 원약을 그리 많이 먹니 하시면, 엄마 나도 나이가 칠십이 넘었어요, 요즘은 나이 먹으면 훈장처럼 약봉지도 커지는 거예요.
저도 이렇게 먹는데 엄마는 아침에 세알 점심에 한 알 저녁에 두 알이 뭐 많다고 그렇게 싫다고 그러세요, 엄마가 안 드시면 나도 안 먹을 거어요라고 하면 그래 알았다 먹자 먹어하신다.

그러면 엄마가 먼저 먹을까요, 내가 먼저 먹을까요 하고 말하면 내가 먼저 먹으마 하신다. 그러면서 물은 그렇고 약이 쓰니 식혜 국물로 약 먹자 하신다.
그럼 덩달아 나도 식혜 국물로 약 먹어요 하면서 엄마랑 나랑 식혜로 약 먹었대요 우리는 식혜로 약 먹었대요 하며 이국장에게 이야기 안 하기예요 하면 알았다 알았다 하시며 웃으신다.

모른다, 몰라
이행복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어느 날 이런저런 투정을 하실지도 모르고 또 알 수 없는 그 어느 날 어머니 소원대로 잠자다 그냥 영원히 잠에 빠지실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늘 두렵기도 하고 마음에 준비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밤이면 어머니 옆에서 잠을 청하는데 한밤중에 고통스러워 뒤척이는 것을 뵈어도 죄송하고 숨소리 흔적도 없이 주무셔도 겁이 더럭 나서 손발을 만져보고 얼굴 가까이에 귀를 대보기도 한다.

그러니 좋다.
이거 드시고 싶다면 이거 드리고 저거 드시고 싶다면 얼른 냉장고에서 꺼내 드린다.
안 드신다고 해도 소곤대듯 이거 어때요 라며 낼장고가 있는 것들을 쭉 나열하여 말씀드리며 그거, 그거 하신다 그러면 얼른 대령하며 생각한다.
산다는 게 뭔가 행복이란 게 뭔가, 지금 내게 주어진 행복은 어머니와의 인연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는 그것이 제일 중요하지 그렇지 라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이별이 너무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젊어 고생을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그 고생을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죄송한 말이고 조금이라도 쌤쌤 하여 정말 어머니 기억 속에 좋은 기억만 가득 안겨 드리고 싶다.
그런 기억을 안고서 가신다면 나는 울어도 춤을 출 것이고 이 세상에 내가 온 것이 큰 축복이라 생각할 것이다.

새끼를 품어 키운 사랑이며 언행으로 보여준 자식 교육 어떤 어미에 뒤지련가 싶은 엄마, 뼈골 빠지는 고생 속에 사도 팔자거니 하시며 자식 건강 그거 하나면 소원 없다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살아내신 고통스러운 삶이 너무나 안타까워 그 어머니가 너무나 가여워 어머니 외롭지 않으시게 어둠 속에 두렵지 않으시게 어머니 옆에서 잠자리 동무하는 게 고작인 나는 이런 행복이라도 추억 쌓기를 한다.
나 어릴 적 어머니의 젊어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시는 어머니 힘은 들었어도 새끼들 굶기지 않으려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할 때가 행복했다는 어머니 어쩌면 세상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그런 어머니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좋다.
어머니 옆에서 잘 수 있으니 좋다.
지금 그 이상은 바람은 모두 욕심일 테고 지금 이대로도 좋다.
오늘 어머니의 기분이 쾌청하니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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